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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으로 Jan 17. 2023

나는 와인을 듣는다.

-와인 이름과 레이블에 담겨있는 이야기 풀어보기

언제부터인가 와인이 내 삶에 꽤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마음같아서는 그 이름만으로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와인들을 모두 맛보고 싶지만 이제는 슬슬 건강을 챙겨야 하는 나이이고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 하는지라 어쩌다 와인을 마시는 날이면 정말 정말 신중하게 와인을 고르고 골라 선택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왕이면 값도 싸고, 이왕이면 품질은 좋고, 또 이왕이면 의미도 담긴 그런 와인을 구입하고 싶었고 그래서 와인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사실 20대 때 어쩌다 와인을 마셨던 시기에는 "와인은 다 와인이다."라고 생각할만큼 와인에 무지했고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본격적으로 즐기려다보니 아뿔싸.. 이놈의 와인은 무지 복잡하고 그 종류와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그 중 하나의 와인을 고르라는 것은 당시의 나에게는 사막에서 바늘찾는 것처럼 막막하기만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믿으며 몇 권의 와인 정보책을 읽고, 관련 동영상을 보며 독학으로 와인 공부를 시작했다. 그 덕분에 '까베르네 소비뇽'이니 '샤르도네' 이니 하는 품종 이름과 그 특징 정도는 어느 정도 알게 되었는데, 그때 발생한 또다른 변수는 공부하면 할 수록 심해지는 와인에 대한 호기심과 지적인 갈증이었다.


그래서 덜컥 국제와인전문가(WSET) 코스에 수강 신청을 했고, 완강 후 시험을 봤고, 기어이 어떻게 어떻게 합격하여 인증서를 손에 넣었다. 대학원 시절 한달간 논문에 매달렸던 시기보다 더 열심히 두 달여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하여 얻은 결과이기에 더욱 뿌듯했고 무엇보다 와인이 만들어지기까지 기후와 다양한 양조 방법들이 그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그럼 지금의 나는 와인의 맛과 품질을 척척 논할 수 있는 수준일까? 와인은 아는 만큼 보일 수 있지만, 입은 마시는 만큼 예리해진다. 내가 마신 와인이 아직 그 예리함에 도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여 맛에 대한 품평은 감히 할 수 없다. 사실 시험볼 때에도 나에게는 테이스팅이 서술형 이론보다 훨씬 어려웠다.


또한 마셔본 적이 없는 와인을 고를 때에는 다른 이들의 평가를 참고할 수밖에 없는데, 입맛은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어 어떤 이에게는 '호'인 와인이 나에게는 '불호'일 수도 있다. 그래서 궁리 끝에 나름의 와인을 고르는 기준을 하나 정해놓았다.


내가 와인을 마시는 날이나 이유와 어울리는 스토리를 담은 와인을 고를 것.


결혼기념일이나 입학식, 크리스마스, 생일 등 와인을 마시는 날은 특별한 경우가 많다. 물론 와인을 마시는 모든 날이 특별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특별한 날 혹은 승진이나 합격을 축하하는 날에 마시는 와인이라면, 혹은 그런 이유로 선물하는 경우라면 그와 관련된 의미가 담긴 와인이 더욱 그 자리를 빛내주지 않겠는가.


앞으로 펼쳐질 글들은 사계절이나 이벤트가 있는 날 더하면 좋은 다양한 와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맛이나 품질보다는 이름이나 와인 레이블과 연결지어 보았다. 앞서 말했듯이 그게 내가 와인을 고르는 기준이기 때문인데 그 안의 의미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이므로 참고용 정도로 여겨주길 바란다.


와인을 들을 준비가 되었는가? 그럼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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