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 바이라(GD Vijra)'는 1972년 피에몬테 바롤로 마을에서 설립된 와이너리로 지금까지도 가족경영 체제로 경영되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생산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열정, 개성, 정체성 이라는 경영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곳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포도는 모두 손으로 수확하고, 으깨기 전 사람의 손으로 세 번의 선별 작업을 거칠만큼 와인 품질을 높이는데 그 노력을 아끼지 않는데 이런 수고로움 덕분에 지디 바이라의 와인은 오랜 세월동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디 바이라의 와인들 중 그 레이블에 와이너리 인근에 있는 알프스에서 볼 수 있는 꽃그림을 담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이제부터 그 와인들을 하나 하나 소개하려 한다. 잔잔한 들꽃과 맛있는 와인은 봄날을 더욱 즐겁게 해 줄테니까.
가장 먼저 만나 볼 와인은 '지디 바이라 로사 벨라'이다. 네비올로, 돌체토, 바르베라 등 지역 레드 품종 블렌딩으로 만들어진 로제 와인인데, 묵직한 바롤로 와인을 만드는 네비올로, '살짝 달다'는 뜻을 갖고 있지만 드라이한 와인으로 생산되는 돌체토, 산도가 높고 풍미가 좋은 바르베라가 어우러져 딸기와 라즈베리, 레몬, 시트러스한 향이 달콤상큼한 풍미를 낸다. 게다가 로제 와인 특유의 핑크빛 와인색이 분홍색 꽃그림과 어우러져 그 자체만으로 '봄봄'한다.
이 와인의 알코올 도수는 12.5% 로 마냥 그 상큼함을 만끽하기에는 살짝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사랑하는 이들과 담소하며 치즈, 가벼운 스낵, 담백한 요리들과 천천히 함께하기에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굳이 멀리까지 벚꽃 구경을 가지 않더라도 이런 와인 한 병을 좋은 이들과 나눠 마신다면 봄날의 일상을 충분히 핑크빛으로 물들일 수 있지 않겠는가.
두번째로 만나볼 와인은 '바르베라 달바 수페리오네'이다.
'바르베라'는 피에몬테 지역에서 주요한 토착 레드 품종으로 블랙체리와 라즈베리 향을 뿜어내며 꽤 높은 산도를 보이는데, 과거에는 이 품종으로 만든 와인들이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커다란 오크통에서 숙성하여 마을 사람들이 쉽게 나눠마시는 평범한 와인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양한 생산 방식으로 그 품질이 놀랍도록 향상되어 기존의 과실향에 가죽, 토스트 향 같은 숙성향이 더해져 풍성하고 입체적인 풍미를 지니고 있다. '바르베라'는 피에몬테에서도 '알바'와 '아스티' 지역에서 수확한 것이 품질이 좋기로 유명한데, 둘 중 알바의 바르베라가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지디 바이라 바르베라 달다 수페리오네'도 알바 지역의 것으로(BARBERA D'ALBA=알바 지역의 바르베라) '수페리오네'는 바르베라로 만든 와인들 중에서도 엄격한 알코올 도수와 숙성 기간 등의 조건을 갖추어야만 붙일 수 있는 이름이다. 그래서 알코올 도수 14.5%로 묵직한 바디감의 드라이한 맛을 내며 20년간 숙성 가능한 잠재력을 가진 '지디 바이라 달바 수페리오네'는 바르베라 와인들 중에서도 고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와인은 낮보다는 밤에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든다. 들꽃같은 와인과 함께 봄날의 밤을 보내는 것도 꽤 좋은 추억이 될 듯 싶어서 이 계절이 다 지나가기 전에 한 번 시도해 보고 싶다.
꽃그림 삼총사 중 모스카토 다스티는 가장 달콤하다. '아스티 지방의 모스카로(포도 품종이름)'로 만든 와인이라는 뜻의 '모스카토 다스티'는 여러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데 지디 바이라의 모스카토 다스티는 오픈하자마자 복숭아와 열대과일, 살구향의 달콤함이 전해지고 부드러운 기포를 품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 혀끝에도 달달함이 맴돌기 시작한다. 친환경 농법으로 기른 모스카토만으로 만든 이 와인은 짧은 기간에 차갑게 안정시켜 신선함과 산도를 잘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상큼한 단맛이 필요한 어느 자리에도 잘 어울리며 알코올 도수도 5.5%에 불과해 술이 약한 사람들도 한 잔 정도 가볍게 즐기기에 딱 좋다. 햇살 좋은 어느 날, 케이크와 여러 디저트들과 봄의 달콤함을 마음껏 즐기고 싶을 때 좋은 파트너가 되어 줄 것이다.
지금부터는 화이트 데이에 잘 어울리는 핑크 핑크한 로제 와인들을 만나보려 한다. 그 중 가장 먼저 소개할 와인은 벚꽃 시즌에만 한정 판매되는, 오직 봄을 위한, 봄꽃을 기리는 와인인 '앙시앙땅 벚꽃 에디션'이다. 3-4월에만 한정 판매하는 이 와인은 화사한 벚꽃이 살포시 올라와 있는 디자인으로 유명한데 보자마자 누구나 '아! 봄이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매력을 갖고 있다.
프랑스 랑그독-루시옹 지방의 쌩소라는 레드 품종만으로 만들어졌는데 쌩소는 라즈베리, 레드 커런트, 딸기 같은 붉은 과실과 장미향을 품고 있으며 무겁지 않은 바디감과 낮은 탄닌을 갖고 있어서 와인 특유의 떫은 맛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권할 수 있다. 다만 알코올 도수는 12%정도로 그리 낮지는 않으니 천천히 즐길 것을 추천한다.
이 계절에만 즐길 수 있다! 봄이 가기 전 만나보자.
로저 구라트 코랄 로제. 자몽빛 색이 신비롭다.
다음으로 만나볼 로제 와인은 스페인 까바의 유명 생산자인 '로저 구라트'의 작품들이다. '로저 구라트 피노 누아 로제 엑스트라 브릿'과 '로저 구라트 브릿 코랄 로제'가 그 주인공들인데 두 와인 모두 스페인 페네데스 지방에서 생산되었으며 피노누아 로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피노 누아로 만들었고 코랄 로제는 가르나차(프랑스의 그르나슈와 같은 품종)와 피노 누아를 7:3의 비율로 블렌딩하여 만든 고운 와인들이다. 달달한 주스 같은 색에 깜박 속아서 달콤한 맛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는데 '엑스트라 브릿', '브릿'이라는 당도 표기에서 알 수 있듯이 둘 다 드라이한 와인이며 알코올 도수는 코랄 로제는 12-13%, 피노 누아 로제는 11.5-12.5%로 훅훅 마시면 확 취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로저 구라트 피노 누아 로제. 병 전체가 봄봄한다.
피노누아 로제는 38개월 이상 숙성하여 효모의 숙성향을 완연히 느낄 수 있고 그와 함께 라즈베리, 딸기, 체리 같은 붉은 과일향과 신선한 풍미가 기분좋게 코를 자극한다. 코랄 로제는 유행에 민감한 한국, 일본, 미국 판매를 목표로 특별한 기획하에 만들어진 와인으로, 연간 24000병만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몽빛의 신비로운 와인색은 봄날의 여리여리함과 사랑스러움을 품고 있어 화이트 데이를 고운 핑크빛으로 물들여 3월의 특별한 날을 더욱 기억에 남게 만들어줄 것이다.
앙시앙땅의 와인의 레이블에는 'LE PLUS BEAU MOMENT'라고 쓰여 있다. 이 말은 프랑스어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계절의 여왕 봄, 봄의 화려함을 담은 봄꽃. 그 봄꽃의 찬란함을 품은 와인들. 어느 아름다운 봄날, 앞서 소개한 여러 와인들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나누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