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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름 Nov 02. 2021

이 세계 ‘유1한 사랑’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혼돈의 장: FREEZE’ 리뷰



인간은 어느 시기든 혼란스러운 순간을 지난다. 그 순간이 짧은 사람도 있고, 긴 사람도 있다. 10대는 사람들에게 어떤 시간으로 기억될까. 어떤 이들은 다시 돌아가고 싶을 만큼 찬란한 시기였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을 만큼 힘들었다고 한다. 유독 한국에서 10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이유는 치열한 입시를 치르기 때문일  것이고, 그만큼 힘든 10대를 보내는 사람이 많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기라고 불리는 젊은 나날은 또한 가장 혼란스러운 시간이기도 하다. 뭐든 처음인 시기에게 혼돈의 감정은 당연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그런 젊은 나날의 혼돈을 가장 잘 그려내는 아티스트다. 


우리가 흔히 청춘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 청춘은 밝고 희망찬 모습으로 묘사된다. 청춘이라는 말 자체가 푸를 청에 봄 춘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일까. 청춘 예찬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청춘에게는 마냥 꿈같은 시간만 펼쳐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택을 해야 될 때도 있고,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관계가 세계의 전부인 것 같을 때도 있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혼돈의 장: FREEZE’를 통해 청춘의 혼돈이 당연한 것이라는 말을 건넨다. ‘0X1=LOVESONG’은 처음 느껴본 사랑에 대한 혼돈을 하이브리드 팝 록 장르의 노래로 전달한다. 혼돈의 시기를 누군가는 중2병이라고, 누군가는 사춘기라고 부르며, 누군가는 열병이라고 부른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찾아오는데,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방식으로 그것을 노래한다. 


이들이 고집하는 길고 어려운 제목은 일종의 결계처럼 수수께끼를 풀어야 다가올 수 있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특별한지 표현하는 수단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사랑을 ‘세계의 유1한 법칙’으로 칭하며 듣는 이로 하여금 특별함을 느끼게 해준다. 사랑하는 이에게 나를 구원해달라고 외치고, 세계의 끝까지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는, ‘구멍 난 영혼에 살이 돋는’ 것 같은 절절한 사랑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되는 ‘0X1=LOVESONG’은 가장 특별한 방법으로 가장 일반적인 사랑을 말한다. 모두들 자신의 사랑과 자신의 감정만큼 특별하고 소중한 것은 없다고 믿지 않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가려는 길을 보여주는 ‘혼돈의 장: FREEZE’는 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들로도 혼란스러운 청춘의 유일한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사랑을 하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를 ‘Anti-Romantic’이라고 부른다. ‘소악행’에서는 행복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사라지기 때문에 다 같이 망해버리자는 악동 같은 소원을 빌다가 후회한다. 디어 스푸트니크는 얼어붙은 우주에서 운명을 찾아낸 이야기를, ‘Frost’는 마찬가지로 추운 와중에 길을 잃어버린 이야기를 노래한다. 인생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 앞에서 꼭 선택을 해야 하는 거냐고 묻는 ‘밸런스 게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누구나 말하는 주제는 아니다. 이것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택한 방식이다. 다른 이들이 말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자신들의 청춘을 표현하는 것. 


그렇다고 해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어둡고 심오한 모습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No Rules’를 통해서는 장난꾸러기처럼 에너지 넘치고 펑키한 모습을, ’Magic’에서는 밝은 팝 장르를 소화한다. 타이틀곡만으로는 자칫하면 무거운 분위기로 기억될 수 있지만, ‘No Rules’라는 더블곡으로 펑크하고 싶었던 교복 입은 소년들의 에너지를 덧 입힌다.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노래가 락 장르인 이유는 락이 줄 수 있는 울림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 초 네미시스, 더 트랙스, 엑스 재팬이 중고등학생들의 사랑을 받는 락 밴드였고, 해외에는 그 이전부터 록 밴드가 청춘을 대표하는 초상으로 자리 잡아 왔다. 거칠게 들릴 수 있는 음악과 심장소리를 닮은 드럼 사운드는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을 울리는 음악을 담기 좋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초기 타이틀곡에도 빠지지 않고 기타와 드럼 사운드가 강조된 것을 보면 Slow Rabbit을 포함한 프로듀서들이 락 사운드를 잘 표현한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인간은 모두 하나뿐인 존재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그 유일함을 노래한다. 유일함을 ‘유1하다’고 표현하는 그들은 하나뿐인 존재에게 세레나데를 바친다. 듣는 사람에게 하나뿐인 존재라고 말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혼돈의 장: FREEZE’은 유일한 존재를 위로하고 사랑하는 그들 스스로를 유일한 존재로 만들었다.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 아닌 자신들만의 길을 가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절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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