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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밤비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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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밤 Aug 25. 2021

넌 나만 바라봐. 나만 사랑하라고!

누구나 강아지를 데려올 때 로망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평생 내 곁을 지켜줄 든든한 친구, 책임지고 싶은 친구,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은 친구 등등. 그런 면에서 내가 품었던 로망은 ‘나만 좋아해 주는 강아지’였다.


어릴 때 키우던 강아지는 오직 엄마만을 따랐고 이모네 강아지들도 이모가 1순위였다. 사실 당연한 건데 내가 뒷전인 게 왜 그렇게 서운했던지, ‘언젠간 꼭 나!만 좋아해 주는 강아지를 키울 테다’ 라고 은근한 소유욕을 드러냈었다.


그런데 사실 나만 좋아해 주는 건 어렵지 않다. 아무래도 개들은 주 보호자를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아닌가. 밤비 입장에선 밥 주고, 똥오줌 치워주고, 간식 주고, 놀아주고, 함께 잠드는 사람이라곤 덜렁 나 하나뿐이었으니 나를 향한 애정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연히 나를 좋아해 주겠지, 생각했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요놈, 그저 사람이라면 다 반기는 것이 아닌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낯가리는 것 없이 다가가고, 무엇보다 자기를 조금만 예뻐하는 걸 느끼면 꼬리펠러가 쉴 새 없이 흔들린다. 어찌 보면 처음 만났던 나에게도 경계심이 0에 수렴했던 걸 생각해보면 그다지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밤비를 데려온 직후, 미리 여행 일정이 있었던 탓에 급히 지인의 집에 2박 3일을 맡겨야 했다. 혹시나 적응을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사실 밤비 입장에선 코웃음칠 일이었던 거다. 나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제 집인양 집을 활개하고 다니며, 침대도 껑충껑충 올라가고, 간식 달라 애교도 부렸단다. 그런 밤비를 보며 사람을 경계하지 않아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나보다 더 좋아하는 거 아냐…?’라는 미심쩍은 의심이 들곤 했다.


남의 집에서도 적응 완료!




그래서 시험을 해보기로 했다. 지인이 리드줄을 끌고 가도 과연 밤비는 나를 뒤돌아볼까? 테스트!  (밤비가 유치한 언니를 만나 여러모로 고생한다.)


지인이 밤비 줄을 잡고 평범하게 걸어가고, 나는 걸음을 멈춰 쭉 바라보기로 했다. 그때 과연 밤비가 내가 없음을 알고 달려올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 결과는?


잠시 망설이다 총총총총~


밤비는 나 없이도 내 갈 길을 잘 가는 애였다. 다행이면서도 웃기고 황당했다. 물론 나와 쌓은 신뢰의 시간이 길진 않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 너와 나 둘뿐인데! 어떻게 나를 이렇게 홀대할 수 있나! 나는 네가 제일 좋은데! 서운함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그래, 나를 더더 사랑할 수 있도록 내가 더더 잘해주자.


나만 사랑해달란 소리를 강아지에게 하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강아지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꼴이 우습다 할지언정, 그래도 나는 쌍방으로 사랑하고 싶기에 사랑을 아낌없이 퍼붓기로 했다.  


내 눈을 쳐다봐… 넌 나만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엉? 밤비야! 나만 사랑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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