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young Jun 25. 2024

둘째 아이에게 친구가 생겼어요

운명처럼 만난 그 아이

최근 둘째 아이는 학교에서 같이 노는 친구도 없고 혼자 밥을 먹는다고 했다. 처음에 먼저 다가와 같이 놀아주던 한국인 아이와는 왜 같이 놀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 아이가 까칠하게 군 이후로는 그 아이와 같이 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혼자 밥 먹고 혼자 노는 것이 괜찮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했다. 괜찮을 리가 없었다. 아이는 또 다른 한국인 아이가 같이 놀자고 해 놓고 홱 가버리더니 다른 아이랑 놀았다는 일화를 얘기할 때도, 그때가 떠올라 속상했는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런데, 엄마. 내가 학교에서 울 때, 어떤 여자 애가 와서 괜찮냐고 물었는데, 그 아이가 한국인인지 궁금해." 

관심이 가는 아이가 생긴 모양이다. 

"그럼 물어보지 그랬어?" 

"너무 쑥스러워서."

아이는 쪽지를 준비했다고 했다. 쪽지에는 "너 한국인이야? 맞으면 O, 아니면 X"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맞춤법을 틀리게 썼을까 봐, 그 아이가 한글을 읽지 못할까 봐 전해주지는 못했다고 했다. 나는 아이에게 친구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갖고, 그 아이에게 용기 내어 쪽지를 전달해 보라고 격려했다. 


며칠 후 아이는 신이 나 있었다. 

"너 한국인이야? 나는 한국에서 왔어.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라는 쪽지를 전달했고, 다음 날 그 친구에게서 레모나 하나를 받아왔다. 그린라이트다. 그리고 그다음 날은 그 친구와 밥도 같이 먹었고, 같이 놀기도 했다고 했다. 그 아이는 영어도 잘하고 한국말도 조금 할 수 있다고 했다. 

하굣길,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갔을 때 작은 아이는 하교하는 그 친구를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 친구는 미소 짓고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저쪽 골목으로 사라졌다. 생글생글 귀엽게 생긴 아이였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거실 식탁에 앉아있던 나는,  거실 창문으로 옆집 창문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여자 아이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 바로 그 아이다! 둘째 아이가 친구가 되고 싶어 했던 아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는 아이였다니. 나는 깜짝 놀라 둘째 아이를 불러 같이 밖으로 나갔고 그 아이도 나왔다. 옆집에 살고 있는 줄 몰랐다고. 우리 아이와 친구가 되어 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그렇게 둘째 아이는 그날, 옆 집에 들어가 그 친구와 한 동안 놀고 집에 돌아왔다. 

옆집은 한국인 아내와 홍콩인 남편, 두 딸로 구성된 가족이 산다. 집주인에게 들었지만, 우리가 이사 왔을 때 옆집 가족은 한국에 여행을 갔다고 했고,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제대로 인사를 하거나 마주칠 일이 없어서 서로 알지 못했던 것이다. 


"거봐, 용기를 내니 친구가 생겼지?"

"응." 

아이는 배워가고 있다.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작가의 이전글 제발, 저희 가족을 받아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