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화가 난 것도 오랜만이다
운전하다 화가 나면 위험하다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상대를 비난하고 있을 때.
사람마다 모두 다른데, 나와 다른 상대의 행동을 보고 왜 저래? 하는 게 화가 나는 포인트다.
그런 아침이 있다.
뭔가 하루를 늦게 시작하고 늦잠 자서 급하게 서두르면서 하루를 시작하게 될 때.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상대방운전자라면 나에게 그랬을 것 같다.
상황은 이랬다.
3차선 교차로에서 대기상황.
1차선은 좌회전 나머지 두 차선은 직진 차선이었다.
나는 2차선 직진차량에 서 있었고,
다툼이 된 상대차는 좌회전 차선에 있었다.
좌회전 신호가 들어왔는데 내가 슬~ 좌회전을 하려고 출발했다. 분명히 위반이다.
직진해서 좌회전해서 가나 좌회전해서 직진하나 별차이 없는데 판단이 흐리고 성급하게 행동하는 날이 꼭 있다.
좌회전하면 3차선 도로에 갓길도 있었기에 좌회전 차량진로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크게 돌며 갓길로라도 들어갈 생각으로 출발을 했는데! 좌회전하려던 첫 번째 차량이 경적을 미친 듯을 눌러대는 게 아닌가...
부딪힐 뻔했거나 진로 방해였다면 죄송한 마음에 백번 사과드렸을 텐데 알아서 갓길로 들어갈 생각으로 출발을 했기에 이런 위협적이고 반복적인 경적 소리는...
솔직히 "뭐야?! 저 사람?!"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비상깜빡이에 손이 가다 말고 멈췄다.
아파트 단지 가득한 이 중앙길에서 저런 경적소리를 내는 도라이가 있나, 시간이 남아도나...
이런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러니 사과대신 맨 끝차선으로 진입해 무시하고 직진했다.
경적 소리에 아랑곳 않는 내 차에 더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빴는지 급기야 옆차선으로 속도 내어 쫓아오더니 차선을 물고 서서는 창문을 내리는 것이 아닌가?
오.. 순간 위협적인데
저 사람은 할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운전자라 직감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위협적인 태도가 기분이 나빴지만 맞서 창문을 내렸다.
첫마디가
" 여기 좌회전 안 돼요!"
(아, 네 죄송합니다)가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할 문제예요? 본인 차선 타고 가시면 되지 쫓아와서 이렇게까지 하셔야 해요(다다다다)...."
젊은 남자였다.
말이 곱게 안 나오니
"뭐 잘했다고 큰소리야!"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이렇게 되면 드라마...지...
하고 싶은 말은 했는데, 본질을 벗어나면 싸움밖에 안 될 것 같으니 저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그냥 창문올리고 출발해 버렸다.
더 쫓아오면 바로 앞 파출소로 진입할 생각이었다.
이런 치밀함...
사실 무서웠으니까...
위반은 내가 했는데,
결국 내가 큰소리치고 자리를 벗어난 격이 되었다.
근데 사실, 오래전 나였다면 놀라서 바로 비상등 켜고 상황을 모면했을 것이다. 바로 사과했겠지...
갈등 상황이 두려우니 일단 피하거나, 비록 화도 나지만 혼자 화를 삭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런데 어쨌든 그러고 집에 돌아왔으면 시원해야 하는데 떠오를 때마다 화가 났다.
상대아저씨에게ㅡ?
나 자신에게.
나는 굳이. 왜 그렇게까지 대응해야 했나.
지적해야 속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그 아저씨는 그냥 그런 사람이었다.
분명 잘못은 내가 했다.
사과의 의미로 비상깜빡이만 켜고 지났으면 끝났을 일을 이렇게까지 에너지 낭비할 상황이었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아침루틴이 중요한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닫는 경험이기도 했다.
아침에 어떤 형식으로든 글을 쓰고 남은 시간 하루 일과를 체크하고 나면 뭔가 기분도 좋고 마음도 평안한것이, 내가 오늘 하루 나의 시간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단 30분도 일찍 일어나지 못해 일어나자마자 후다닥 부엌으로 뛰어들어가는 날이면 부엌 일을 하면서도 오늘 뭐해야 하더라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듯한...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분명 바쁘게 보냈는대도 불구하고 허무함이 남는다.
아침루틴을 다시 챙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기운이 하루 전체를 망치지 않도록.
일면식도 없는 사람 한 명으로 인해 내 감정이 하루종일 언짢다면 그 또한 나만 손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