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이 엄마 눈에만 보이는 딸
딸 안 그래도 돼
올해 9살이 되는 우리 딸.
똑똑하고 야무지다고 주변에서 입을 대지만,
엄마 눈에는 벌써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엄마 눈에만 보이는 별로 달갑지 않은 유전자를 받아서 안타까움이 크다.
9살 아이.
1월에 들어간 학원. 일요일 아침 두 시간만 우리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을 하자고 하셨다.
아이는 뭐든 잘하고 싶어하는 아이였기에 흔쾌히 아이도 알겠다고 하고 잠이 들었다.
아이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엄마 몇 시야?""응?""아직 갈 시간 안 됐지?"
좀 놀랐다. 주말아침 학원은 처음이라, 신경 쓰였던 건가...
아침을 먹고, 놀다가 8시가 넘어가니 시계를 보고 또 본다...
그 모습을 본 엄마인 나는
"00아, 엄마가 시간 되면 가자고 할 테니까 신경 안 써도 돼! 10분이면 가니까 8시 50분에 알려줄게, 시계그만 보고 놀아~"
"안돼! 늦어"(거리감도 없으면서 그냥 일찍 가야 할 것 같은가 보다)
"알겠어, 40분"
40분이 되니 신발 신고 나가서서 난리다.
엄마 때문에 지각하겠다고, 빨리 나오라고 진심으로 화를 낸다.
사실 학교든, 학원이든, 친구랑 약속이 있으면 시간개념이 각별하다는 건 오히려 엄마인 내가 배울 점이었고, 또 좋은 습관인만큼 지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좀 느슨해도 될 나이에 벌써 저러는 건가도 싶었다.
시간뿐만 아니라 할머니가 지네들 봐주러 와서 허리가 좀 뻐근하다고 누워계시면 꼼짝도 못하게 누워계시라 하고 할머니 물 떠다 주고, 주물러주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렇게 챙겨주는 아이의 손길을 느낄 때면 친정어머니는 어쩜 애가 저렇게 세심하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 예민함이 세심함과 배려까지 연결되어
어쩌면 더 아이답지 않은 모습이 때로는
이쁨과 사랑을 독차지 받고 있는건 아닌가 생각도 해보았다.
근데...
그런 게 살아보니...
본인에게는 좀 피곤하다는 거.
세상은 소음과 잡음이 너무 많은 것.
적절히 쳐낼 줄 아는 지혜도 갖추어야
내 몸과 마음은 편안한 것.
이해관계에서 만나면 상처가 깊을 때도 있고
피한다고 해결되지는 않기에
그렇다고 대면하기에는 두배로 힘이 드는 일이기에
잘 정리 정돈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지혜를 갖추는 것.
쌓이고 쌓여서 이상한 방향으로 폭발해버리면 더 힘들어지니까.
그래서 그때그때
어떤 감정이 올라올 때마면
불편함과 마주할 때면
무조건 썼다
욕도쓰고
나와 대화 해보려고
빈종이와 시름했다
이건 내 방법이었다.
내 아이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에게 달갑지 않은 유전자를 주었다면,
지혜도 함께 알려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