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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해구 Dec 27. 2022

베프 딸이 대기업 입사 합격통보를 받았다.

내가 브런치 플랫폼을 통해 이야기를 쓰게 된 것은 친구 딸이 누구나 입사하고 싶어 하는 대기업에 입사합격 통지를 받았다는 소식을 회사 여자 동료들 간 사적 모임에서 얘기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우리의 경험을 나누어보자고 말이다. 다수를 대상으로 글을 작성해야겠지만 나는 아주 지독히도 개인적인 의견을 담고자 하므로 이 글을 읽을 대상을 이제 막 대기업에 입사하게 될 베스트프랜드 딸과 읽지는 않겠지만 같은 또래의 내 아들로 특정하고 시작하고 싶다.


첫 번째 잔소리

절대 사내 연애하지 말고 사내동료와 결혼하지 마라. 워라밸은 연애부터


대기업은 규모에 걸맞게 신입사원을 아주 철두철미하게 필터링한다. 최종 합격까지 여러 차례 평가하고 신중하게 고른다. 최근에는 사내 내부면접자를 입사자를 위한 평가도구와 유사한 평가를 거친 후 선정하기도 한다. 입사응시자들이 취업을 위해 인고의 훈련을 하는 것에 비해 아무거도 아닐 테지만 옥석을 고르기 위한 회사의 노력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어려운 관문을 거친 신입사원이라면 얼마나 출중할 것인가 신입사원 교육을 위해 강단에 많이 서봤던 나로서도 이렇게도 훌륭한 인재들이 있을까 놀랐던 일이 빈번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다 보니 신입사원교육 기간 동안 많은 연인들이 생긴다. 말 그대로 선남선녀 청춘들이지 않는가. 학습, 체득과 적응의 시간은 개인마다 아주 다르기 때문에 대충 1년이라고 하자. 이 기간 동안 연인이 있던 사람들은 관계가 많이 소원해지고 회사 내 새로운 만남에 집중하게 된다. 동지애와 전우애처럼 동기애가 돈독해지는데 그러다 많은 경우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혹은 일을 배우기 위해 회사 선배와 좌충우돌 많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미운 정 고운 정들게 되고 애틋한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회사 내 CC들은 대부분 그런 경우였다. 뭐 인간사 다를 게 있을까마는^^ 그리고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멋진 실장님, 본부장님, 재벌 3세도 실제 회사에서는 없다. 글쎄 나도 많은 나의 동료들도 못 봤다.   

사내연애가 회자되고 둘 사이가 깨지면 회사생활 하기 힘들다. 무슨 88년도 이야기야 할 수 있지만 안 변하더라. 일로서 매번 만나야 하니 서로가 불편하고 그 관계를 알고 있는 다수가 불편하다. 라테는 말이야 ~ 둘 중 한 사람을 조직이동 시키기도 했다. 둘 사이가 잘 발전되어 결혼을 해도 뒷이야기는 비슷하다. 같이 일하는 것이 불편하다. 회사에서 내 배우자 평가를 들어야 하고 잘되면 잘되는 대로 못되면 못 되는 대로 아주 불편하다. 심지어 쌈짓돈으로 비자금 조성도 어렵다. 내가 얼마 받는지 받을지 너무 서로 잘 안다. 그대들이 만약 서울에 근무를 한다면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계속 직장생활을 할 거라면 둘 중 한 사람은 서울에 부모님이 사셨으면 좋겠다. 이 부분은 뒤에 다시 얘기하자. 내가 경험한 사내커플들은 많은 경우 여자사원이 조직에서 인정을 더 받았다. 물론 예외는 있다. 앞서 강조했듯이 이 글은 지독히도 개인적인 의견이란 것을 감안해 주기 바란다.  그러나 육아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언제나 엄마인 여자였다. 화가 나는 것이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자 직원들이다. 20여 년 전 내가 매번 되뇌었던 '무슨 부귀영화를 볼 거라고'를 아직도 읊조리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평가시점 회사에서 부터 인정을 못 받는다. 반복적으로 쌓이다 보면 팀장 직책보임 등 인사상 불이익이 있다. 여성인재육성이라고 정부에서 내놓는 다양한 정책들이 아직 사기업 내 스며들기가 싶지가 않다. 아니 어쩌면 유리천장을 본인들이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주제는 조직 내 자기계발, 경력개발로 다시 얘기하고 싶다.

세월이 흐르면 같은 직장에 있다는 것은 같은 길로 가게 되고 가정경제적 관점에서 경력의 포트폴리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는 시점이 온다. 묵은 옛날일 처럼 들릴 수도 있으나 IMF, 금융위기 등 이슈가 발생하고 조직 내 인사조치가 필요한 시기가 되면 두 사람 다 같은 위기에 직면하게 되고 어쩌면 사내커플은 구조조정 일 순위 단골 대상이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법정 드라마에서 다루어진 소재가 그냥 작가의 픽션이 아니다. 이렇게 잔소리를 듣고 알겠는데도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했거늘 굳이 하늘이 내린 인연이라서 마다 할 수 없다면 인생의 전략과 작전을 슬기롭게 세우자. 첫 시작을 같은 바구니에서 시작했다면 장기적으로 바구니를 바꿀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논의를 결혼과 더불어 출산, 육아계획까지 잘 세웠으면 한다. 당신이 남편이라면 아내의 직장에서의 성장가능성과 장래성을 잘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라. 아내의 월급에 대한 고마움을 그때만 행복해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보자.


내가 만약 29년 전 나에게 잔소리할 수 있다면 근무 시간 이외는 아니 최소한 주말 만이라도 회사사람이 아닌 인간관계에 모든 시간과 열정을 쏟으라고 하겠다.  지나보니 회사 그만 두니 함께 놀 친구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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