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힘을 다해 베껴쓰기
작가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지?”라는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성공한 작가들의 인터뷰를 빠짐없이 찾아서 읽어봅니다. 분명, 그들만의 특별한 비법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글쓰기엔 왕도가 없다며 ‘다문, 다독, 다상량’의 법칙만 강조합니다.
작가 지망생의 입장에서 볼 땐 왠지 김이 새는 답변이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게 정답입니다. 그 세 가지를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필력이 월등히 향상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데, 물론 이런 일은 상당히 오랜 시간을 담보로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전업 작가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 쓰는 일을 생활화하는 사람들입니다. 필 받을 때만 폭풍처럼 쓰고, 그렇지 않은 날엔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분량을 매일매일 의무적으로 씁니다. 바로 이것이 작가 지망생과 전업 작가의 극명한 차이점일 것입니다.
사실, 매일 일정한 분량을 쓴다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받는 일인가요. 특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땐 책상 앞에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가혹한 고문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전업 작가들은 고문을 기꺼이 견디며 자신이 정한 분량을 써내고야 맙니다. 연재를 하는 작가라면 더더욱 책상을 벗어날 수 없겠지요.
작가를 꿈꾸는 당신이라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기라도 쓸 것을 권합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도 효과적인 연습이 됩니다. 단, 모든 글에는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추도록 써야 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끄적거리다 생각이 멈추는 곳에서 문장을 끊지 말고, 처음부터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가를 기획하고, 주제를 잡은 뒤 주제에 따른 소재를 잡아 결론에 도달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당신의 글은 한 편의 훌륭한 에세이가 될 것입니다.
하나 더, 글을 길게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그것이 가능할 리가 없으므로 처음엔 A4 한 장을 꽉 채운다는 마음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마무리 짓도록 합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엔 A4 한 장이 사막처럼 광활하게 느껴지다가 점차 축구장, 학교 운동장, 교실, 책상, 공책의 크기로 좁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지면이 부족하게 느껴질 즈음이 되면 당신은 이미 단행본 한 권을 낼 수 있는 필력과 지구력을 소유하고 있을 겁니다.
서두로 돌아가,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쓰고, 읽고, 생각하는 것 이외에도 ‘베껴 쓰는’ 연습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필사’는 다른 작가의 책을 그대로 옮겨 쓰는 작업을 말합니다. 눈으로 읽는 것과 직접 써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요. 특히 손으로 쓸 때 뇌는 정보를 더 정확하고 오래 기억합니다. 손을 움직이면 뇌는 자극을 받기 때문에 활성화된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시인을 꿈꾸든, 소설가를 꿈꾸든, 수필가를 꿈꾸든 롤모델로 삼은 작가 한 명쯤은 있을 테지요. 그의 작품을 있는 대로 필사해보세요. 그게 몇 권이든 몇 명의 작품이든 상관없습니다. 필사를 많이 할수록 필력이 붙습니다. 작가 지망생은 아기 고양이와 같은 존재거든요.
고양이는 어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고양이의 습성을 익히게 되고, 사냥법을 배우며 머지않아 어미 곁을 떠나 독립을 하게 됩니다. 아기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를 똑같이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교육이 되는 셈이죠. 작가 지망생도 마찬가지로, ‘카피 캣’이 되어야 합니다.
혹자는 “다른 작가의 영향을 받는 게 싫어요. 저는 제 생각대로 쓰면서 저만의 문체를 만들 거예요.”라며 필사를 거부하기도 하는데요.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는 건 그렇게 두려워할 만한 일이 아닙니다. 어차피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끊임없이 모방을 하고 있으니까요. 기왕에 모방을 할 거면 훌륭한 작가를 모방하는 게 낫습니다. 치열하게 모방하고, 보기 좋게 그를 넘어서세요.
필사는 단순히 베껴 쓰는 일이 아닌, 작가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종국엔 내 것으로 온전히 만드는 일이죠. 음독은 같지만 다른 한자인 必死는 ‘반드시 죽음’이라는 뜻 외에도 ‘죽도록 힘을 쓰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즉, 필사는 ‘죽도록 힘써 베껴 쓰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필사가 귀찮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절박하지 않은 것입니다. 말로만 작가가 되고 싶다 하지 말고, 지금부터 당장 필사를 시작해보세요. 죽을힘을 다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