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의 끝판왕, 슈빌처럼
지구 상에 살아남은 마지막 공룡의 후예라 불리는 '슈빌'은 키가 115~150cm 가량에 양 날개를 펼친 몸의 길이가 230~260cm로 어마어마한 몸집을 자랑하는 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슈빌의 트레이드 마크는 가로, 세로 길이가 20cm에 달하는 넓적한 부리다.
부리의 모양이 구두를 닮았다고 해서 'shoe(구두) bill(부리)'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거라고 하는데 사실, 슈빌이란 이름은 이 새를 처음 발견한 아랍 탐험가에 의해 지어졌지만, 아프리카가 현지에서는 '작은 동물을 죽이는 놈'이란 뜻에서 '우푸망바우'라 부른다.
구두를 닮은 투박한 모양의 부리지만, 모서리가 상당히 날카로운 데다가 먹이의 몸통을 단번에 잘라버릴 수 있을 만큼 다무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물고기를 비롯하여 개구리, 작은 새, 새끼 악어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파피루스 습지의 포식자다.
포식자라고는 해도 슈빌의 사냥법은 물가에 서서 눈 한 번 깜빡거리는 법 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 게 전부다. 그것도 3시간 동안이나 말이다. 다소 무식한 방법으로 보이지만 나름의 전략인 셈. 산소 함량이 적은 물가를 사냥터로 삼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산소가 적다 보니 물고기는 숨을 쉬기 위해 이따금 수면 위로 머리를 잠깐 내미는데 바로 이때를 놓치지 않고 부리를 이용해 사냥을 한다.
그야말로 '존버의 끝판왕'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슈빌은 오랜 시간 야생에서 생존하며 스스로 깨달은 게 아닐까. 함부로 덤비는 것보다 인내하며 기다리는 편이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걸 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슈빌이 무턱대고 기다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진흙탕 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의 움직임을 뚫어져라 관찰한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확실한 기회를 포착했을 땐 주저하지 않고 수면에 온몸을 내던진다.
나는 실패한 적이 없다
어떤 어려움을 만났을 때 거기서 멈추면 실패가 되지만
끝까지 밀고 나가 성공하면 실패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슈빌은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움직이지도 않고 목표물에서 눈을 떼지도 않는다. 모든 에너지를 사냥에만 쏟아붓는다. 그에 반해 나는 항상 '목표' 외의 것에 관심을 보인다. 그래놓고 최선의 결과를 기대한다. 실패할까봐 지레 겁부터 집어 먹고, 도전 자체를 하지 않은 적이 더 많다. 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렇게 겁쟁이가 되어간다.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다가, 다른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닌지 기웃거리는 일이 잦아졌다. 두 마리 물고기를 잡으려다 둘 다 놓쳐버리는 일도, 조급함으로 인해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전을 찾아봤더니, 인내(忍耐)는 참고 견딘다는 뜻 말고도 다른 의미를 품고 있었다. 참을 인의 두 번째 뜻은 '잔인하다'이며 견딜 내는 '(임무를) 감당하다'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인내란 다시 말해,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꿈)를 자신이 완수해야 할 임무로 여기며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로 감당하는 일이었다.
+
바닥을 높이는 법
목표를 정했다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것.
절대로 한눈 팔지 말 것.
때론 잔인하게 느껴지더라도
끝까지 씩씩하게 감당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