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검체일치를 해야 합니다.

하나만 잘해서는 할 수 없습니다.

by 시혼

검도라는 운동은 참 신기합니다. 제가 도장에서 본 5단, 6단 사범님들 중, 나이가 50이 넘어가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그 사범님들은 나이가 어리고 체력이 넘치는 사람들과 대련을 하더라도 높은 승률을 자랑하십니다. 오히려 나이가 어린 4단 사범님들이 압도당하는 모습을 주로 보곤 합니다.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어서 체력이 더 높은 사람들이 쉽게 이기지 못하는 걸까요?


검도에는 기검체일치(氣劍體一致)라는 말이 있습니다. 검도에서 공격의 3요소인 기, 검, 체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각각을 쉽게 풀이하면 '기'는 기력, '검'은 칼, '체'는 나의 몸을 말합니다. 이 세 가지에 대해 초심자 분들께 설명을 드릴 때는 각각 기합, 죽도, 내 몸이라고 설명드립니다. 칼을 던질 때, 몸이 함께 앞으로 나가야 하고 그와 동시에 기합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해야 빠르고 정확한 칼이 나올 수 있다, 이런 형태의 설명이 초심자 분들께 드리는 기검체일치의 단순한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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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에 대해 더 깊게 들어가보면 기검체일치는 그저 동작을 일치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 아닙니다. 세 가지의 요소를 잘 이해하고 목표를 향해 정진해야 하며 각 사항들이 일치해야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기, 사람의 기세를 뜻합니다. 그 기는 기력이 될 수도 있고 기합이 될 수 도 있지만 저는 상대에게 나의 심리적인 상태를 전달하는 정신적인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나는 지금 너를 공격할거야, 너에게 제압당하지 않았어, 나는 너의 공격을 예측하고 준비하고 있어 등의 말은 검을 겨루고 있는 중에는 당연히 할 수 없습니다. 이 심리를 전달하는 것은 오직 나의 기세뿐입니다. 심리적으로 이런 마음을 지니면서 상대를 바라보며 기회를 보고 있으면 간단히 말해 기죽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상대를 관찰하게 됩니다. 자연스레 두 눈은 생기를 갖고 있고 움직임에는 조심스러우나 기회를 엿보고 있는 매서움이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사람의 삶에서 기세라는 것은 검도에서 대련을 할 때, 겪는 과정과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관계나 상황을 통해 상대와 논쟁을 벌이게 되었을 때, 상대는 자신의 입장을 들이밀며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려 합니다. 둘의 논쟁은 서로 타협을 하거나 한 사람의 주장을 납득하고 선택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은 검도에서 서로 기세를 겨루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한 마디의 주장은 던지는 칼과 같고 그 칼에 내 심리가 위축되지 않음을 보이는 것은 기세를 드러내는 동작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기세를 제압하고 눌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사람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잘 펼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검, 바르고 올곧은 칼의 궤적입니다. 검도인들이 흔히 말하는 칼이 똑바로 지나가야 한다는 말은 초심자 분들의 생각에서는 도무지 해석하기 어려운 말입니다. 자기 자신도 똑같은 궤적과 똑같은 목표로 칼을 던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가 똑바로 가야 한다는 말 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사실 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사람이 칼을 쥐고 상대에게 던지더라도 그 칼이 목표를 가기까지의 궤적이 바르고 올곧게 가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의 칼이 제일 높은 지점에서 상대에게 닿기 까지 흔들리지 않는 형태의 큰 궤적을 그려야만 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상대방에게 칼을 던질 때, 미세한 흔들림이 없는 거의 일직선에 가까운 형태로 칼을 던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바르고 올곧은 칼의 궤적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이 흔들리지 않고 정확해야 하고 요행을 위해 틀어지거나 흔들려서는 절대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없습니다. 어떤 목적지를 향해 제일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은 목적지에 일직선으로 가는 방법입니다. 그 일직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바르고 올곧게 움직일 수 있어야 자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 종착지에 어떠한 방법보다 빠르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빈틈을 찌르기 위해 몸을 틀어서 칼을 사용하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위치에서 공격을 하려 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제일 빠른 방법은 목표를 위해 정중앙으로 올곧게 움직이는 방법입니다. 검도에서는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칼이 되겠지만 인생의 여러 목표와도 결국 동일합니다. 정확하고 일관성 있게 그 길을 향해 가야 제일 빠르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몸, 나 자신의 움직임입니다. 내가 아무리 기세가 넘쳐나고 바르고 올곧게 칼을 움직일 수 있어도 내 몸이 나아가지 않으면 결과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검도에서도 몸의 나아감이 없이 상대방을 가격하는 행동에는 득점을 부여하지 않는 것처럼 아무리 쉬운 상황이라도 자신의 몸이 나아감을 보여야 그 점수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동작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동작을 통해 자신의 의도를 알립니다. 자기 자신의 동작이 없다면 욕구를 충족할 수도 자신의 의도를 상대방에게 알릴 수도 없습니다. 돈을 벌고 싶으면 자신이 일을 해야 하는게 맞고 상대방이 내 말을 들어 주었으면 하고 생각한다면 내 말을 가서 해야 하는게 맞습니다. 잘 되지 않을 것 같아 하지 않았어라는 것은 기회조차 포기하는 행동과 동일합니다. 기회는 완벽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닌 행동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기세, 바르고 올곧은 칼의 궤적, 그리고 이를 갖고 움직이는 것, 이 세 가지가 저는 기검체일치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 중 하나만 잘한다고 내가 시도하는 공격이 성공적이지는 않습니다. 기세만 높고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저 허울뿐인 사람으로 보일테고 기세가 없지만 움직임이 들어가는 사람은 조급하게만 보이게 됩니다. 칼을 잘 쓰지만 기세가 없는 사람은 이미 기가 죽은 사람으로 느껴질테고 기세와 움직임이 좋지만 칼이 좋지 않은 사람은 수련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여질 뿐입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적절하게 이해하고 보여야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있고 삶에서는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도의 기검체일치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삶에서의 기검체일치도 하면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하고자 하는 기세와 목표를 향한 생각, 그리고 나의 움직임. 이 세 가지를 적절하게 잘 움직여야 내가 가지고자 하는 삶의 목표를 이룰 수 있겠구나라는 마음입니다. 수없이 많은 연습을 통해 그 공격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효과적이 되듯이 수없이 많은 시도를 통해 삶을 살아가는 방법도 잘 다잡아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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