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것보다 배려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당신의 이념은 무엇인가요.

by 시혼

'검도의 이념은 검의 이법의 수련에 의한 인간 형성의 길이다. '

대한검도회에서 배포하는 검도 교본의 제1장 검도의 이념에 나오는 첫 문장입니다. 이법은 이치와 마음의 뜻을 지닌 理와 기술의 수련을 의미하는 法이라는 글자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마음의 이치를 다스리고 기술을 익힘이 검의 이법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검의 이법은 수련을 하는 목적이 되며 궁극적으로 인간 형성이 곧 이상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념, 어떤 것을 이상으로 여기는지에 대한 원칙을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검도가 추구하고자 하는 이념이 교본의 첫 문장에 있다는 것은 검도인이라면 이런 생각을 자신의 목표로 삼고 그 길을 가기 위해 수련에 전념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검도의 방법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검도인으로서의 생각을 가질 수 있어야 비로소 검도가 추구하고 있는 그 경지를 향해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검도를 배울 때 칼이나 발동작을 배우는 것보다 먼저 배우는 동작이 있습니다. 검도인으로서 행해야 하는 예절입니다.


검도인으로서의 예절은 새로운 단계를 시작할 때마다 언제나 그 앞에 서 있습니다. 처음 칼을 잡게 될 때, 칼을 사용해 상대에게 예를 표하는 법을 배우고 검도 장비인 호구를 처음 착용할 때도 상대방과의 예법을 처음 배우게 됩니다. 심지어 검법 등에 대해서도 예의 시작은 필수이며 동작이 끝났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예법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검도인으로서의 자세가 갖춰지지 않았다고 판단합니다. 예법이 누락되어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경기에서 제대로 된 점수를 냈음에도 예를 표하지 않아 점수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곤 합니다.


상대방과 싸우는 운동이기 때문에 여러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이 더 대단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그건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체를 단련해 좋은 성과를 얻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결과만을 바라보고 그 결과를 얻어내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올바른 검도인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수련도 필요하기에 이를 위해 항시 예를 갖춰야 하며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경쟁보다는 서로의 성장을 이끌어내야 하며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배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간 형성의 길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kendo-sport-boec-3226.jpg

저는 참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인지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검도를 통해 마음을 단련하면서 어느 정도 저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제야 조금이나마 검도가 추구하고자 하는 그 길이 무엇인지를 이해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이해하게 되니 검도라는 카테고리로 삶을 바라보는 것처럼 다른 모든 일들도 다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내가 하는 업무나 누군가와의 관계들을 유지하는 일, 그리고 이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결국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인생은 수많은 경쟁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나가야 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 자리를 차지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고요. 그래서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고 힘들어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 되어간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만족할 줄을 몰랐고 이룬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들이 더 눈에 보였습니다. 그래서 검도도 상대와 대련을 진행할 때, 패배하고 싶지 않아서 늘 회피하고 싶었습니다. 가끔 연습 경기를 하며 패했다는 결과를 받게 되었을 때는 너무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검도의 예에 대한 의미를 점점 알아가자 상대와 함께 호흡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승패가 아닌 상대가 보였고 대결이 아닌 성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대방이 보이게 되니 자연스럽게 서로 다름을 인지할 수 있었고 그 차이를 이해하며 존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음가짐이 바뀌니 패배에 대해서도 그에 대한 변명보다는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웃으며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을 꼭 이겨야만 할 이유가 없으니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그 마음의 변화는 지금 저의 삶을 많이 흔들어주고 있습니다. 아주 좋은 쪽으로 말입니다.



인생은 다른 사람들을 이기며 올라가는 거야. 저는 이 말을 이제는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검도의 이념이 인간형성의 길을 이루는 것이라 말하는 것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게 최우선이라 보고 있습니다. 검도가 검의 수련이라는 방법을 통해 그 이념을 위해 걸어가듯이 저도 검도에게 배운 만큼 저만의 방법을 통해 가면 되니까요.

이전 29화칼의 끝을 보면 마음이 진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