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끝을 보면 마음이 진정된다.

by 시혼

저는 검도로 스트레스 관리가 된 듯합니다. 추측성으로 말을 하는 이유는 오늘은 마음을 다스려야지,라는 생각으로 운동을 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었어도 운동을 마치고 나오면 그 많던 걱정을 하지 않고 잘 웃으며 나오는 저를 기억하고 있기에 운동은 저에게 좋다는 생각만 했으니까요. 그래서 검도가 왜 스트레스 관리에 좋았는지를 떠올려 봤습니다. 이에 대한 저의 답은 칼의 끝이었습니다.


검도는 칼을 사용하는 운동입니다. 실제 칼이 아닌 죽도나 목검 등으로 그 동작을 수행합니다. 머리, 손목, 허리의 격자 부위에 칼을 내디뎌야 하며 보다 올바른 힘의 이동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검도의 기본입니다. 올바른 부위에 칼을 넣기 위해서는 내가 어디에 칼을 던져야 하는지를 잘 보아야 합니다. 조준을 잘해야 그곳을 향해 명중을 시킬 수 있듯이 칼도 내가 어느 곳을 향해 칼을 써야 하는지를 잘 보아야 그에 맞는 결과를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대련을 할 때는 그 조준의 순간이 혼자 연습할 때와 너무나도 달라집니다. 연습할 때는 거울 속의 나를 향해 거의 정지되어 있는 상대라는 생각으로 칼을 던지지만 대련의 상대는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움직임은 내가 제어할 수 없고 나와 키 차이가 있게 되면 그동안 나를 대상으로 연습했던 동작들이 모두 달라지게 됩니다. 심지어 나와 속도도 차이가 있게 되면 내가 연습한 움직임도 다 새롭게 적용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그동안 내가 보아왔던 눈앞의 장면과 달라지자 상대가 보이지 않게 되며 마치 벽을 맞이하여 깜깜한 듯한 느낌을 받게도 됩니다. 많은 분들은 여기서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검도를 그만두기도 하셨습니다. 마치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처럼요.

2015082201442917054_m.jpg 출처 : 매일신문

저는 그럴 때일수록 칼의 끝을 봐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상대는 내가 제어할 수 없지만 나의 칼은 내가 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칼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내 칼이 어느 위치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칼의 목적지를 바라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목적지로 잘 가고 있는지를 눈으로 주시하며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그 끝의 순간까지 주시하지 않는다면 칼이 목적지를 벗어났음에도 어디가 문제인지를 알 수 없어 다음 동작에서 이를 개선하여 적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끝까지 내 칼의 끝을 바라봐야 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며 다음 동작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칼의 끝을 바라보면서 집중하는 시간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마치 마음이 깨끗하게 씻겨 나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칼에 집중하고 있는 찰나의 순간들이 머릿속에 다른 생각들이 떠오르지 않게 해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인간의 머리는 여러 가지 작업을 한 번에 할 수 없습니다. 여러 가지 걱정이 떠오르는 이유는 내가 여러 가지 걱정을 전환하면서 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여러 걱정을 칼이라는 한 가지 생각만 하게 만드니 다른 걱정들이 들어올 일이 없던 것이었습니다.


또, 칼에 대한 집중의 순간이 늘어날수록 눈앞의 시야가 트이는 경험도 했습니다. 그 시야는 내 칼의 끝에서 퍼져나간 형태였습니다. 칼의 끝에 집중을 하며 보게 되니 점점 칼을 중심으로 주변이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이전에는 벽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던 고단자 분들과의 대련도 서로의 움직임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점점 바뀌게 되었습니다. 집중을 통해 시야가 변하게 되니 자신감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내 눈에 보이는 실수와 내가 보지 못하는 실수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실수는 개선점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더 늘어났고 자신감이 늘어나자 그만큼의 초조함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칼의 끝을 바라볼 때, 마음이 진정되는 일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그 스트레스를 풀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 지치고 힘들었기에 기분 좋은 것으로 이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일으키게 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도록 다른 생각으로 덮어버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칼의 끝을 바라보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목표를 향해 집중하는 것이 사람에게 제일 좋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고 그 결과로 내가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 성취감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칼의 끝, 이를 달리 말하면 내가 지향하고 있는 목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목표로 가는 길을 내가 잘 가고 있는지를 잘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의 주변을 살펴보며 그 과정 중에 내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그다음 행동에 맞춰 적절하게 이를 수행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동작이 적절하게 목표에 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힘들고 불안하다면 내 칼이 목표를 향해서 잘 가고 있는지를 주시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내 목표를 보며 그 주변의 모습을 들여다볼수록 내 마음은 점점 진정될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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