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함을 바라봐야 합니다.
저는 4단 심사를 계속 낙방했었습니다. 3번의 재도전 끝에 합격이 되었습니다. 늘 심사 전 수련을 통해 합격할 수 있는 방법과 그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첫 심사에서 제 몸은 삐그덕 거렸고 동작을 실수하며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서도 저는 저의 실수에 대해 다른 핑곗거리를 찾아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게 첫 번째 탈락이었습니다.
심사를 치르고 돌아와 인터넷을 통해 탈락했음을 맞이하는 순간은 정말 좋지 않은 기억입니다. 우선 내가 무엇을 잘못했던 걸까라며 생각이 머리에 맴돕니다. 그리고 심사를 위해 내가 공들였던 시간과 자원이 떠오릅니다. 또, 탈락했습니다라며 도장에 가서 말할 생각에 괴로워하게 됩니다. 그런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간혹 어떤 분은 심사가 떨어지고 한동안 도장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 심사가 일반 시험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의 시험들은 내가 잘 이해하고 기억하고 있는지를 기반으로 확인합니다. 그래서 많이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그 결과가 비례해서 나타납니다. 그에 비해 검도 심사는 몸을 사용해야 하는 시험입니다. 아무리 내가 잘 이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날의 실수 한 번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검도를 수련한 기간이 많을지라도 심사를 보기 전까지 제대로 된 수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합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단기간에 열심히 준비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것이 검도의 심사입니다.
또, 문제를 풀 때는 몇 점 이상의 커트라인이라는 항목이 있지만 검도 심사는 제대로 된 동작을 보여주지 않으면 바로 탈락이 되어 버립니다. 심지어 동작을 틀리지 않고 수행해도 탈락할 수 있습니다. 단이 올라갈수록 그 동작을 단순히 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작을 잘 이해하고 움직이느냐를 심사의 기준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심사는 작은 실수 하나로 인해 떨어질 수 있어서 그 아쉬움이 시험보다 상대적으로 너무 큽니다.
두 번째 탈락은 핑계를 갖지 말자란 생각으로 열심히 수련에 매진했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다는 말까지 전해 들었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가졌습니다. 하지만 심사장에서의 저는 극도로 긴장해 버렸고 제 몸이 제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두 번째의 탈락을 맞이했고 저는 꽤 큰 실망을 해버렸습니다.
검도 심사에서 떨어졌을 때, 이를 회복하는 건 마음의 문제라고 합니다. 나는 틀리게 한 것이 없는데 왜 나를 틀리다고 한 것일까와 같은 생각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해서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내가 틀림에 대해 인정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 과정이 사람의 마음 안에서는 참 쉽지 않습니다.
세 번째 심사를 보기까지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대로는 계속 돈과 시간을 버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고쳐야만 했습니다. 결국 제가 틀렸다는 생각을 갖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수도 없이 해온 기본 동작이지만 그 기본 동작을 다시 배운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제 몸이 그동안 갖고 있던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다행히도 합격이라는 형태로 제게 보답했습니다.
틀렸음을 인정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간단하게 생각을 바꾸는 행동이지만 그동안 내가 들였던 시간이나 노력들이 다 헛수고라는 생각이 함께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과정들이 나의 행동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의견들을 집약해 하나의 방법으로 만들어 내는 것처럼 어쩌면 나는 맞고 틀리다는 기준으로 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법들을 맞이한다는 기준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