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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awer Jul 14. 2020

쓸모를 탐구하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기록의 쓸모>를 읽고

‘나의 쓸모는 무엇일까?’ 이 고민을 하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거다. 취업준비생들은 자신의 쓸모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기업의 문을 두드린다. 취업이 된 이후에도 쓸모를 인정받는 일은 끝나지 않는다. ‘일잘러’가 되어 회사에서 내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또한, 퇴사와 이직이 흠이 아닌 하나의 커리어 점프가 되는 시대가 도래하며,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쓸모를 위해 투쟁하고 투쟁하고 투쟁한다. 결국,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쓸모를 탐구하며 살아야 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렇게 끈질기게 우리를 따라다니는 이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단서를 나는 이 책 『기록의 쓸모』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내가 덕질하는 마케터가 낸 책이다. ‘배달의 민족’에서 6년간 브랜드 마케터로 일했던 그녀는 언젠가부터 내 덕질 대상이 되었다. ‘마케터’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 ‘마케팅’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다가 들어갔던 그녀의 브런치에서 나는 처음 이 책의 저자인 이승희 작가를 알게 됐다. 실무진의 고민과 일상을 엿볼 수 있단 것 자체만으로 내겐 큰 동기부여가 됐다. 나아가 알 듯 말 듯 희미한 무형의 존재로만 여겨지던 마케터의 일도 조금씩 머릿 속에 그림을 그리듯이 상상해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 그녀의 블로그,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하며 아이돌도, 배우도 아닌 한 마케터를 응원하고 지켜봐 왔다.


“우리는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기록될 수 있다. 기록된 것을 직업이나 자신의 삶과 연결시킬 수도 있다. 이를 ‘실행’이라 부른다. 관찰과 실행, 그 사이를 이어주는 기록. 내가 마케터로서 기록을 시작한 이유다.” _본문 37쪽


이승희 작가는 그렇게 성실하게 기록하고, 그런 기억을 한 데 모아 ‘책’으로 탄생시켰다. 책 안에는 작가가 기록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기록을 해 나가는 과정, 기록을 일에 적용하는 법이 담겨 있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작가처럼 기록하는 인간이 되고 싶어지는 욕구가 솟아오른다. 오늘 내가 동료와 나눈 대화, 신박하다고 느낀 인스타그램 피드 속 광고, 영화를 보며 느낀 감상 등 내가 흘려보냈던 모든 것을 붙잡아 두어 기록해지고 싶어졌다. 그 모든 것들이 나중에 내게 어떠한 방법으로든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쩌면 진정한 기록의 쓸모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나의 쓸모를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기록에 나름의 쓸모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각자의 쓸모가 있을 테니까.” _본문 269쪽


이 책이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기록을 통해 나의 쓸모를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켜켜이 쌓아온 기록이 어떻게 그 사람을 성장시키고, 쓸모를 찾게 할 수 있는지를 지켜보면 ‘나 또한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뜨거운 위로와 응원을 받게 된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게 두려웠다. “일과 사람의 가치를 쓸모로 결정짓지 마”라고 무수히도 외쳤던 나의 소리들은 어쩌면 나의 방어기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외치지 않아도 된다. 쓸모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 책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디에 쓰여야 할지 모르겠는 그 무언가가 어떻게 해석되고 변형되느냐에 따라 쓰임이 생긴다는 것을. 나는 이제 나의 새로운 해석과 변형을 위해 기록을 시작하려 한다. 기록이 나의 쓸모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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