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
What makes you move? 현대자동차 자기소개서 1번 문항이다. 취린이 시절 땐, 도대체 이런 질문은 왜 하는 거야? 라며 출제자의 의도를 생각해보기도 전에 불평부터 시작했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만드냐고? 돈이다.‘라고 우스갯소리를 내뱉으며 1번 문항 앞에서 끙끙댔던 기억이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출제자의 의도를 깨닫게 됐다. 무엇이 너를 움직이게 하니?라는 질문은 '너는 누구니?'라는 뜻으로 치환이 가능하다. 그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 정체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열등감, 인정 욕구, 책임감이다. 죽고 싶을 만큼 공부가 하기 싫어도, '쟤 보단 잘하고 싶어'라는 생각에 책 한 장을 넘긴다.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하고 싶어 하고, 나의 쓰임새를 어떻게든 인정받고 싶어 한다. 개인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전공과목은 C 밭이지만, 팀플만 하면 A를 받는 이유도, 이 죽일 놈의 책임감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타인과 함께할 때 성장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그 시간 동안 에너지를 얻는 나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는 조직 안에 있어야 성장을 위한 페달을 굴리는 인간이다. 고인물이 아니라 늘 흐르는 물로 살고자 하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이자 이상향이기 때문에, 휴머니스트와 거리가 먼 나지만, 결국 What makes you move에 대한 내 대답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타인이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 도달하기 위해선, 나는 열등감을 느끼고 인정을 받고 싶어 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렇게 나를 채찍질하고 연단하게 해주는 타인, 타인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