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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g Sep 30. 2022

9月_1interview

9월의 일반인_음악 업계 종사자 현승님

이상하게도 현실이 치열해지고 여유가 없어질수록 자신에 대한 생각보다 타인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타인의 취향은 알면서 자신의 취향은 모르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된다. 1interview의 아홉 번째 주인공 ‘현승’님은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깊은 몇 안 되는 사람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그것을 왜 좋아하는지 뚜렷하게 전달할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다. 스스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해준 현승님에게 감사하며 아홉 번째 인터뷰를 시작해보자.-k-


1.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올해 초, 이직한 회사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일하면서 주말이 되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또 뜻이 같은 친구들과 ‘바밍타이거’라는 아트 & 컬쳐 콜렉티브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데, 신곡과 뮤비 등 새로운 작업물이 발매되어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사촌 누나와 친 누나가 지오디의 열성 팬이었다. 최근 윤계상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둘이 만나서 울었을 정도다. (웃음) 그런 누나 덕분에 자연스럽게 지오디의 노래를 접하게 되었고, 그때가 처음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같다. 본격적으로 음악에 빠져들게 된 에피소드를 하나 말하자면 초등학교 5학년 때 버디버디가 유행이던 시절, 우연히 친구의 미니홈피에서 들은 노래 한 곡이 마음에 쏙 들었다 누아르 영화에 나오는 사운드처럼 웅장하고 공격적이기도 했고,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독특한 스타일의 노래라는 점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찾아보니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 중 하나였는데, 그때부터 힙합이라는 장르의 노래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힙합을 하는 사람들의 당당함, 자신감, 솔직함 등의 내용들이 ‘중2병’에 걸린 그 시기의 반항적인 생각과 맞물리게 되면서 심취하게 됐고, 자아가 형성될 시기에 접한 그 가사들이 지금의 내 성격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3.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요약하면 ‘양면적인 사람’ 같다. 스스로가 똑똑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너무 미련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 멋지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싫을 때도 있고, 냉정하고 이성적인 것 같지만 여리고 감정적일 때도 있다. 다른 한편으론 ‘생각이 많은 사람’ 이랄까? 쓸모 있는 생각이든 몽상이든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그 밖에도 재밌는 걸 무척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고, 좋은 사람이라기 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에 가까운 것 같다.


4. 요즘은 어떤 생각을 많이 하는지?

나는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이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할 때도 있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남들은 멍때리는 시간을 가지며 생각을 비우기도 하는데, 나는 24시간 편의점처럼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영업 중인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잠을 못 자기도 하는데, 그럴 땐 나만의 불면증 치료제인 ‘침착맨 유튜브’를 틀어두고 잔다. 가만히 누워 듣다 보면 무한히 떠오르던 생각들이 멈추고, 영상에서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면서 서서히 잠에 들곤 한다.

5. 근래 스스로가 양면적이라고 느꼈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사실 굉장히 이성적이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경험도 있다. 며칠 전에 ‘내가 어떤 면에선 남들보다 더 감성적이구나’ 라고 깨닫게 된 대화가 있는데, 회사 직원들과 점심을 먹던 도중 전 애인에 관한 주제가 나왔다. ‘전에 사귀던 연인과의 기록을 남겨두느냐, 지우느냐’ 였는데, 나는 연인과 헤어지면 바로 지워버리는데 나를 제외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삶의 한 시기를 아카이빙하는 느낌으로 다 남겨놓는다고 하더라. 그 순간 ‘나는 몇 년이 지나도 사랑했던 기록을 보면 마음이 아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내가 이성적이고 냉정해서 바로 지워버리는 거라고 말했지만, 내 생각에는 오히려 내가 이 부분에 있어서 더 감성적이고 마음이 약해서 그런 거라고 느꼈다. 사람들에게 정을 잘 못 주는 성격이기 때문에 정을 준 경험이 많지 않고 정을 떼는 것에 서툴러서, 오히려 한 번 마음을 열고 정을 주면 남들보다 더 크게 상처를 받는 것 같다. 


6. 힘들 때 가장 의지하는 단어나 문장은 어떤 것이 있는지?

책 안의 문장들에 의지한다. '리얼리티 트랜서핑'이라는 시리즈의 전권을 다 가지고 있는데, 이 시리즈는 책 안의 주요 문구들을 타로카드로 만들기도 했다. 그 타로카드를 랜덤하게 뽑으면 핵심 내용들이 하나씩 나오는데, 힘들 때마다 그 문장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7. 랜덤으로 뽑아 위로받는 방식이 신선하다.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장은?

여러 가지인데 지금은 ‘모든 일을 할 때 중요성을 낮춰야 한다.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도 못 하게 된다.‘ 라는 내용이 떠오른다. 예를 들어 지상에서 30cm 떨어져 있는 짧은 줄 위에서 외줄 타기를 한다고 가정해보면, 아무리 다쳐도 무릎만 까지는 정도이니 잘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상에서 30m 떨어져 있는 줄이라면 크게 다친다는 부담감에 압도되어 겁이 나서 다리가 후들거리고 실수하게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그래서 모든 일을 할 때 중요성을 낮춰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은 뒤로 인생에 안 좋은 위기가 오거나, 또 면접을 보거나 할 때 긴장을 한 적이 없다. 의식적으로 내가 긴장을 안하도록 만들었다. 중요하게 생각해서 긴장을 하면 안 좋은 방향으로 갈 확률만 높아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8.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남기고 싶은 말은?

나중엔 생각이 변할 것이지만, 당장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고 답변을 한다면 제 삶을 함께해준 모두 사랑합니다.

9. 시간이 지나도 안 바뀔 것 같은 본인만의 신념이나 생각이 있는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청개구리 성향’ 이다.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항상 ‘반대로만 하려고 하느냐’ 며 걱정하셨는데, 그냥 변하지 않는 천성인 것 같다. 나에게 누군가가 ‘무언가를 꼭 해!’라고 강요하면 나는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그것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부터 생각한다. 두 번째는 뻔하지 않고 남들과 다른 것들을 추구하며 사는 성향이다. 나에겐 재미있는 일이 가장 첫 번째 기준이다. 이직한 회사도 마찬가지다. 당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많은 돈이 필요했고, 더 큰 연봉을 주는 회사가 있었음에도, 이 일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전혀 고민하지 않고 지금의 회사를 택했다.


10. 살아온 자신의 삶 중에 가장 의미 있고 좋았던 기억은 무엇인지?

첫 번째는 대학 시절 국제봉사단으로 베트남에 다녀왔을 때다. 놀러 간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해외에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당시 심적으로 힘들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지낼 때는 마음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강아지를 키우는 일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냉정하고 정이 없는 사람인 편인데 강아지를 키우면서 가족과도 가까워지고 정도 많아졌다. 나에게 이렇게 부드럽고 따뜻한 면이 있는지 강아지를 키우면서 알게 된 것 같다.

11. 현승님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가족들과 강아지. 나는 성격이 까탈스러워서 소속감을 잘 못 느끼고 마음을 쉽게 못 주는데, 태어날 때부터 내 사람들이었던 가족들에게는 당연하게도 항상 마음이 간다. 어렸을 땐 내가 음악을 가장 좋아하나 보다 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예전만큼 막 종일 탐구할 정도로 열정이 생기진 않더라. 언젠간 다시 흥미가 생기겠지. (웃음) 물론 지금도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음악이다.


12. 1interview를 진행한 소감은?

스스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어서 소중한 기회였다. 평소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지 않았다가, 질문에 답변하니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어 더 즐거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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