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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g Jun 23. 2022

5月_1interview

5월의 일반인_디발자 마린님

나이가 들고 철이 드는 것과 무관하게, 항상 곁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다. 단골 가게, 친한 친구들과 부모님, 마지막으로 건강도 그렇다. 1interview의 다섯 번째 주인공 ‘마린’님은 건강에 대한 소중함을 일찍부터 깨달은 운이 좋은 사람이다. 더불어 사람에 대한 가치까지 깨달아 후회 없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I인 사람도, E인 사람도 이런 중요한 깨달음 앞에선 다 무용지물 일터. 당연함 속에서 잊고 있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 마린님에게 감사하며 어느덧 다섯 번째 인터뷰를 시작해보자-k-



1.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요약하자면 직장에서 열심히 도약 중이다. 패션 디자인에서 편집 디자인, 현재는 웹디자이너로서 활약 중인데, 퍼블리싱까지 익히게 되면서 디자인과 개발을 모두 할 줄 아는 ‘디발자’(디자이너+개발자)를 꿈꾸며 부단히 노력 중이다. 안 그래도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컴퓨터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다 보니 뇌에 과부하가 많이 오기도 한다. 사실 전공은 ‘패션 디자이너’로, 제3 국 아이들을 위해 NGO와 협력하여 옷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고되었고 상상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웹 디자인과 편집 디자인 중 ‘편집 디자인’을 선택하게 됐고,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웹 디자인’ 쪽에 더 흥미를 느껴 넘어오게 되었다. 퍼블리싱도 배워야 하므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성취감이 높아 잘 맞는 것 같다. (웃음)

물론 다른 어려움도 있다. 놀랍게도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의사 선생님께서 뇌가 최대한 쉬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하셨지만, 약으로 이겨내고 있다. 스스로가 둔감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예민한 사람이었나 보다.


2. 증상을 이겨낼 수 있는 ‘마린’님만의 원동력이 있는지?

공황장애와 더불어 여러 가지 불안과 신체적인 증상, 끊임없는 걱정으로 불안정한 멘털을 가지고 있다 보니 ‘나의 역량이 여기까지 구나’, ‘일을 쉬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스스로가 비정상적인 사람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는데, 어느 날 음악감독 ‘박칼린’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물 한 방울 떨어지는 소리에도 잠에서 깰 정도로 정말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박칼린’은 정상에 서 있는 엄청난 인물이다. 그런 사람도 불면증에 시달리며 물 한 방울 소리에도 예민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아, 저런 엄청난 사람에게도 저런 치명적인 어려움이 있구나’, ‘나도 내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건강에 치명적이겠지만 나 또한 그만큼 대단한 사람이고, 또 그런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에 치명적인 손해가 비례적으로 뒤따르는 것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 가진 공황장애나 증상들이 오히려 하나의 자부심처럼 되었다. 그런 말도 있지 않느냐, 천재 화가들은 정신병 하나쯤 다 갖고 있었다는 말.


3. 별개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조금 생소할 수도 있지만, 첫 번째는 네이버 밴드를 통한 ‘쇼핑’이다. 밴드 앱에 들어가면 각 셀러가 방송을 통해 재고를 처리하곤 하는데, 그곳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시중 가격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다. 회사 분들께도 소개해드렸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단체 카톡방까지 개설해 할인 소식을 주고받곤 한다.

두 번째는 ‘심리상담’이다. 예전에는 교회에서 기도하며 해소했었는데, 코로나로 교회에 가지 못하게 되니 스트레스 해소가 쉽지 않았다. (집에서 하는 기도는 잡생각이 많이 섞여 더 안 좋았다.) 기도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방법을 알지 못했는데,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되고 멘털 회복까지 겸하는 중이다.

4.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한 마디로 ‘E가 되고 싶은 ISFJ’다. 통칭 잇프제는 ‘아싸 중에 인싸, 인싸 중에 아싸’라고 하는데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스스로는 다양한 모습의 소유자라고 생각하지만, 대체로 내향적인 편이고 낯가림도 있다. 나서는 것을 ‘나댄다’고 생각하는 소심쟁이이기도 하다. 또 한 편으로는 원하는 것이 생기면 좌우 살피지 않고 돌진할 때도 있다. 꿈을 향해 갈 땐 '전력 질주'도 하는 것 같다.

또, ‘사람’과 ‘사랑’ 두 단어가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기도 하다.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약간 어렵기도 하지만 사귐이나 사람 자체를 좋아한다. 특히 어떠한 일이든, 궂은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 그 가치는 존중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5.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을지?

패션 쪽에서 일할 때였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그날 원단을 어깨에 진 70대 노인분이 계단을 오르시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짊어진 원단이 혹여나 비에 젖을까 꼼꼼하게 감싼 것에 비해, 본인의 몸은 비에 젖든 말든 다급하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원단이 중요한 거야, 사람이 중요한 거야?’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게 되었다. 당연히 그 어느 것 보다 사람의 가치가 더 중요한 것인데도 말이다.


6. 열정과 능력이 있으니 리더 역할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리더가 되고 싶나?

사실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리더십을 드러낸다 싶으면, 스스로의 리더십을 꽁꽁 감춘다. 일부러 숨기는 건 아니다. 자동으로 그렇게 된다. 만약 리더로서 필요한 순간이 되면,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만드는 멋진 리더가 되고 싶다.


7. 힘들 때 가장 의지하는 단어나 문장은 어떤 것이 있는지?

성경 구절 중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예레미야 29:11-"이라는 부분이다. 크리스천인 방식대로 성경 구절을 읊으며 힘든 상황을 극복했고, 하고 있다. 하나 더, ‘It's not over till God says so’라는 가사를 생각할 때가 많다. 하나님(신)이 끝이라 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끝난 것이 아니리라 생각한다.**8.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남기고 싶은 말은?**삶에 대한 집착이 굉장히 강한 편이다. 죽음을 가까이하며 아파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럴듯하다. 그런데도 먼 훗날,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는 남기고 싶은 말을 노래로 대신하고 싶다. 친구나 남은 가족에게 부탁해서 장례식장에 '흑암에서 빛으로'라는 찬양을 틀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벌써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스스로에게, 그리고 장례식에 와준 아직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전부 들어가 있다.

https://youtu.be/uf7gnjnE6So

9. 반대로, 앞으로의 삶에(미래)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게 있는지?

‘자면서 편안하게 안식에 드는 것’이다. 다들 엥? 하겠지만…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하기도 하고, 잔병치레가 매우 많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사실 이 꿈은 모두가 이루고 싶을 것이다(웃음)


10. ‘1interview’를 진행한 소감은?

사실 자신을 어필하거나 표현하는 걸 잘하지 못한다. 잘못된 겸손(?)을 배웠나 보다. 그래도 내면을 통한 자아 성찰은 굉장히 많이 한다. 그걸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자니 두서도 없고 하고 싶은 말이 많기도 하다. 긴 글은 지루함을 낳으니, 이쯤 하여 말을 줄이려 한다.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준 기획자 bong님과 에디터 k양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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