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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by 허니


에필로그만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상 노트북 커서 앞에서 저는 썼다 지웠다만 반복했습니다.


'에필로그 쓰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라는 생각만 합니다.


마침내, 저의 신실한 후원자이자 행운의 스승 @김인숙선생님을 떠올리며 운을 띄웁니다. 동시에 동역 작가로서 마음과 시간을 들여 응원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신 브런치 작가님들 그리고 브런치팀을 생각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오늘의 글까지 기록하는 힘을 얻으니까요.


다음으로 저의 첫 책 <지구는 아파도 다시 사랑하는 걸>을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신 어딘가에 계실 모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과의 인연은 저의 영광입니다.


제가 에세이를 시작할 때 바라본 핵심 대상입니다.

첫 번째 대상은 <과거의 나>였습니다.

다음은 <현재의 나> 그리고 다음 여정 즉 <미래의 나>를 새롭게 소원하며 글을 써갔습니다.


연재를 시작할 당시, 저는 여러분도 짐작하다시피 미완성된 사람으로서 관계가 항상 어려웠습니다. 비혼주의자도 아니었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스스로의 점검이 필요했습니다. 자녀와의 관계가 없다 보니, 직장에서 학생들과의 관계 또한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습니다.


교육분야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저의 모든 일에 <관계의 기술과 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회사에 소속한 사원 겸 강사로 일하던 시기에도 관계는 어려운 숙제였습니다. 그 이후 개인 사업자로는 4년 반 전에 전향했습니다. 방향성은 유사하지만 업무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개인사업자의 직무수행에 있어서 관계의 어려움은 몇 배로 커졌습니다.


교실 :)


더군다나 사업을 시작한 도시가 하필 가정 공동체가 90% 이상을 이루는 신도시였습니다.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여성사업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현재의 고민을 잘 풀어내다 보면, 미래의 저는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의 관계 속에서 씨름하고 힘들어하는 저 자신'을 풀어내자니, 먼저 과거의 시간에 축적된 이야기들을 천천히 관찰하는 작업이 의미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어떤 이야기 속에서 나는 무슨 영향을 받았길래 아팠을까? 어떤 사람들을 만났지? 사랑받았던 고통받았던 그런 모든 관계를 어떤 관점과 시각으로 나의 기억 속에 저장해 두었을까? 스스로를 성숙한 인격체로 이끌고 싶은 소망은 있으면서도 소원대로 성취해 나가지 못한 채 이기적인 보호막을 세우는 이유는 뭐야? 더 많이 경험했다면 더 다양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랑해야 할 텐데 오히려 안주하려는 원인은?'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초점으로 저의 개인의 히스토리를 점검하면서 솔직하게 내려놓았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치유의 여정을 통해 만났던 신앙적인 경험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관계의 경험을 통해 저를 확장했던 시간도 회고했습니다. 저에게는 가족 못지않게 중요한 관계들이었고 소중한 영향력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계들은 작게는 저의 고향 가정집에서 시작되기도 했지만, 예상치도 못한 지구 어딘가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이곳저곳이기도 했고 말입니다. 이 책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장소들도 있습니다.


여행하는 커플 :)


그 장소들로 이끌었던 근본적인 동기와 힘은 저 자신의 소망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정신적 멘토들과 좋은 책의 작가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세상 속 우상들의 힘도 작용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 신념이기는 하지만 '저의 사랑의 신'의 영향력은 확장된 관계 속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힘이었습니다.


저와는 신념의 차이를 가진 독자분의 생각을 고려하면서도 써 내린 이유입니다. 서로의 신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해 주신 독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이러한 여정을 통해 저는 <새로운 나>로 성숙해 가는데 장애가 될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사랑을 하려면 두려움을 버려야 합니다. 관계의 능력을 키우고 싶으면서도 사랑은 하지 않으려는 이기심을 넘어서고 싶습니다.


24년 7월부터 시작된 이 작업은 영혼의 수술대위로 저의 영혼을 올려두는 것 같았습니다. 매주 연재를 통해 수술 작업이라도 하는 것처럼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설레었던 이유는 회복을 기대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두렵고 힘들었던 점은 과거에 겪은 일인데 여전히 현재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토리처럼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실체가 없는 감기나 내장 기관의 병을 치유하는 것처럼 통증과 아픔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더욱 온전한 회복의 여정을 지나올 수 있었습니다.


연재 첫 화를 올릴 때 가졌던 소망의 그림이 기대보다 선명해지고 희망적입니다.

그 희망으로 <내일의 나>라는 그림에 대해 스케치를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타인의 스토리를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 또한 슬며시 꺼내보거나 때로는 예기치 않게 분명한 지혜를 얻기도 합니다.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도 비슷한 여정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함께 미래의 사랑의 관계로 나아갈 때 두려움 없이 내딛을 수 있는 서로가 되었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이제 어제보다는 잘 털어놓는 법 즉 소통하는 지혜의 능력은 확실히 커졌습니다.

함께 기뻐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다음 연재에 대해 구상 중입니다.

좋은 구상 기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 시간 더 좋은 인연으로 함께 해요.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창이 넓은 집 :)


24년 12월 26일 판교에서

허니작가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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