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영국의 병원 시스템
영국에 온 지 1년 남짓,
원래부터 워낙 건강한 몸이라 전혀 병원에 갈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응급 처치(?) 덕에 영국의 의료 시스템을 경험하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는 모든 병원에서 국민 보험률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영국의 경우 시스템이 조금 다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NHS 즉, 일반 GP는 진료비가 완전히 무료이며, 개인의 부담금이 현저히 적다.
처방전을 받게 될 경우, 처방받은 약의 종류별로 9파운드 정도의 자가 부담금이 발생 하지만, 그 외의 비용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복지의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직접 경험을 해보니, 현실은 정말 달랐다...
GP는 말 그대로 General practitioners 일반의, 즉 전문의가 아니다.
물론 의사이니 만큼 두루두루 의학지식을 가지고 있겠지만, 깊게 알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피부병이 있어서 방문을 한다고 쳐도, 피부과 전문의가 아니니, 환자들을 볼 때 하나하나 증상들을 들어보고 NHS사이트에서 찾아 진단을 내리고 약을 처방해 준다던지 하는 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진을 하는 경우도 꽤 있는 것도 같고, 전문의를 만나 정밀 검사를 받으려고 해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환자 쪽에서 꽤 강력히 어필을 해야 늦게나마 검사를 해 주는 것 같다.
(보통 전문의를 만나려면 2-3개월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GP를 만나려면 보통 1-2일 정도 소요가 되기 때문에, 아주 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래도 웨이팅 타임이 그렇게까지 길지는 않다는 게 개인적인 소감이다.
최근에 피부염 때문에 너무 괴로워서 GP를 예약한 적이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의사가 부족하여 거의 모든 진료가 전화 진료로 바뀌었다며 의사가 내게 전화를 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보지 않고 진단한다니, 조금은 불안했지만 급한 내가 용인하고 넘어가야지 수화기 넘어 나의 음성만으로 수많은 피부염 종류 중 진단을 해주었다.
솔직히 의사가 문제의 부위를 본 것도 아니고, 내 고만고만한 영어 실력으로 나의 증상이 잘 전달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급했기 때문에(너무나 가려웠음) 의사의 전화 진단을 신뢰하고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 가까운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낼 테니 약을 픽업하라는 것이었다.
그날은 약국이 문을 벌써 닫은 후였기 때문에 그다음 날 아침에 약을 받으러 약국에 갔는데 웬걸, 작은 연고 하나랑 약 하나를 처방해 준 것으로 생각했는데, 약봉투가 아주 푸짐했다.
석달치를 한 번에 처방해준 모양이었다..
약간의 의구심은 있었으나 너무 급한 마음에 생각할 겨를 없이 쓰기 시작했는데, 일주일 정도 있자 다행히 증상이 완화되었다.
약을 너무 풍족하게 처방을 해 줘서 그런가, 다 낫고 나서도, 아직도 뜯지 않은 연고가 몇 개나 남았다.
영국 의사들이 약 처방에 후한가 싶었는데 주변에 물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나의 첫 GP진료는 전화로 시작해 전화로 끝이 났다.
앞으로도 별로 갈 일이 없길 진심으로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