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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탕 Aug 14. 2023

웰컴투 트링에비뉴

이혼 후 런던에서 살아남기 (1)

그렇게 친구집을 전전하다,

도저히 이 떠돌이 삶이 힘이 들어서 내 새 보금자리를 찾기로 결심했다. 사실 런던에서 혼자 살 집을 구한 다는 것이 힘들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으나, 처음 영국에 왔을 때는 주재원의 아내로 왔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남편의 회사를 통해 진행되었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였다.


이제는 내가 다 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영국 내에서는 익히 알려진 주플라(Zoopla)와 라이트 무브(Right move)로 간간히 집을 찾아봤는데 정말 말도 안 되게 비싸서 한 며칠을 찾다가 마음을 접게 되었다. 그러다 친구의 추천으로 셰어 하우스를 알아보게 되었다. 내 예산으로 1인용 플랫(아파트)에 들어가서 사는 것은 턱도 없이 적은 금액이었지만, 셰어 하우스라면 싱글룸보다는 넓은 방에 들어가 살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셰어 하우스 자체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온전한 내 공간에 살다가 내가 하우스 셰어를 할 수 있을까? 대학생 때처럼?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 선택지는 없는 듯 보였으나 뭔가 원래의 삶에서 갑자기 레벨이 한층 다운그레이드가 되어 이것이 이혼의 현실인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하고 복잡해졌다.


그래도 갑자기 완전히 혼자 살기 시작하는 것보다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람들과 부딪히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런던에 온 지 2년 차에 접어들던 그때 당시, 런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큰 착각이었다는 걸 집을 보러 다니며 깨닫게 된다.

직접 발로 뛰며 돌아다녀보니, 이상한 집들은 물론 이상한 동네들도 수도 없이 많았고 심지어 뷰잉을 갔더니 사이트에서 봤던 집과는 전혀 다른 집이 있었던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이상한 집들을 몇 채 보고 나니, 부정적인 생각이 솟아올랐다.


이 넓은 런던땅에 내 집은 없는 건가,
이제껏 나는 환상 속에서 살아온 것이구나, 런던의 현실은 이런 건가..


갑자기 너무 서러워져서 눈물이 났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집을 보러 다니면서도, 한 번도 나의 예전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 이제 그 집은 나에게 있어 집이라는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반복하다, 결국에는 또 지역을 옮겨 이번에는 웨스트 런던 쪽으로 넘어와 집들을 보기 시작했는데,

모든 집들이 더 커지고 공원이 많아져 처음 와 본 동네인데도 뭔가 평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뷰잉을 갔던 집은 트링에비뉴에 있는 커다란 하우스였다.

내가 본 방은 낡았지만, 큰 창문으로 아름다운 노을과 정원이 보이는 방으로, 나만의 작은 화장실이 딸린 방이었다.

작지만 온전한 나의 공간




그 방을 보자마자 다른 집을 뷰잉 할 필요가 없어 보였고, 그 길로 계약을 하였다.

한 발짝, 나의 온전한 독립의 작지만 큰 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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