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았다가 나빴다가 결국은 좋아지는 부부이야기
나는 내가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다.
잠깐잠깐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건강한 게 매력이지.' 정도일 뿐.
그러던 나도 연애도 하고 헤어지고 다시 또 연애하고 결혼까지 이르렀다.
나는 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자신감에 차 있곤 했는데 결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자신감의 근원이 외모는 아니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하기 싫은 웨딩촬영을 하게 되었다.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 나는 카메라 앞에만 서면 표정이 굳어버리는데 온갖 포즈까지 더해지면서 몇 시간을 어색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한숨이 먼저 나왔다. 저렴한 웨딩패키지에 웨딩촬영까지 포함되어 있어 안 하면 손해라는 생각으로 촬영하게 되었다.
내 옷 같지 않은 옷을 몇 번이나 갈아입으면서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도록 거짓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메이크업과 촬영을 도와주시는 언니가 나에게 급작스레 말을 걸었다.
"신랑님이 신부님을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네?"
"좋아하시는 게 눈에 보여요. 정말 자상하신데요? 계속 와서 챙겨주시고. 보통은 신랑님이 촬영을 힘들어하셔서 이런 신랑님 많지 않으시거든요."
"아... 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파르르 떨리던 내 입꼬리는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다.
결혼한 지 십 년이 지났다.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고비도 있었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사이가 좋다. 내일 또 싸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사랑해'를 인사로 쓴다. 전화를 끊을 때도, 출근할 때 서로 헤어질 때도, 같은 침대에서 자기 전에도. 우연히 우리 통화를 들은 지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어우, 뭐야? 사랑한다니? 아직도? 닭살이다."
"그냥 습관 같은 인사야 인사."
하고 얼버무리며 넘어가지만 속으로는 '닭살이라니, 부부가 서로 사랑한다는 거, 당연한 거 아냐?'라고 구시렁댄다. 다른 인사보다 '사랑한다'는 말은 내 마음속 에너지를 조금씩 채워준다. 그게 비록 습관적 언어일지라도.
아이와 힘들게 투닥거리다가 전화를 받고 '사랑해'라고 말하고 듣고 전화를 끊으면 마음속 에너지가 5프로 차오른다. 그렇게 하루에 통화를 3번, 출근할 때 1번, 자기 전 1번이면 다른 휴식을 채우지 않아도 어느새 나의 마음속 에너지는 1/4이 차올라있다. 일상에서 방전되지 않을 만큼, 그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는 서로 좋은 말을 많이 해 준다. 고마워. 수고했어. 고생했어. 힘들었겠다. 쉬어. 그리고 가벼운 뽀뽀 한번. 서로 미운 말을 내뱉으며 마음을 미움으로 채우는 사람의 표정은 지쳐있다. 우리 부부는 서로 좋은 말을 해주어 힘들어도 웃을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랑을 주고받는 감정으로 일상을 채우는 사람은 아름다워진다.
죽을 날까지 서로 예쁜 말을 주고받을 우리 부부는
죽을 날까지 하루하루만큼 늙어가겠지만
죽을 날까지 하루하루 아름다워질 것이다.
나는 10년 전보다 지금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