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가 다니는 논술은 어휘, 독해, 글쓰기, 국사, 토론 등을 번갈아가며 소화하는 입소문 좋은 곳이었다. 매주 한 권씩 책 읽어오는 숙제도 있었는데 대부분은 교과서 수록도서였다.
학기초나 방학 때 배부되는 권장도서들을 읽히려 애쓴 적도 있었으나 재미없어해서 포기했던 차라 내심 반갑기도 했다.
그러나 수업은 글쓰기 비중이 너무 적고 어휘 독해는 집에서도 할 수 있었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논다(?)는 느낌을 받았다. 논술학원을 체험해본 것에 의의를 두고 이번 달까지만 하고 그만두자고 아이와 합의가 된 상태였다.
어느 날이었다. 줌 수업을 마치고 항상 그렇듯 물었다.
-수업 어땠어? 어려운 거 없었어?
-괜찮았어요.
-좀 전엔 무슨 수업이었어?
-국어요. 근데 엄마, 논술에서 읽었던 수일이와 수일이 수업이었어요.
-아 그래? 반갑고 쉬웠겠네?
-네, 근데 문제를 풀 수가 없었어요.
-왜?
-표지를 보고 내용을 생각해보는 거였는데 난 내용을 다 알아서 쓸 수가 없었어요.
뒤통수를 따악 맞은 것 같았다. 이게 선행의 폐해인가!!! 교과서에 나오는 책을 미리 읽어두면 도움이 될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교과서가 원하는 방향은 그게 아니었다. 처음 접하는 표지로 내용을 추측하고, 처음 보는 지문으로 앞뒤를 파악하거나, 지문 속에서 교훈을 유추하는 것. 이것은 미리 책을 읽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앞뒤 내용이 궁금해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훨씬 값진 독서이다.
그깟 정답 맞히는 게 뭐가 중요한가. 수업 시간에 충실하게 배움을 만끽하는 경험이 중요하지.
논술은 그만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다시 다닌다면 교과서와 관계없이 수업하는 곳을 찾으리라. 그런 곳은 학부모가 환영하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