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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의숲 Jan 05. 2024

파리, 한국에서 나를 찾아온 남자

한국에서 세 번 만났던 남자였다. 내 고등학교 친구의 베스트 프렌드이기도 하고.

그런 그에게 나는 여행 내내 전화를 해서 유럽특파원 역할을 하다가, 어느 날 농담 삼아 말했었다.


여름휴가를 유럽으로 와요! 일정 정해지면 내가 그쪽으로 갈게요.


반은 빈말이었는데, 설마 하니 오려나 상상하지 않았는데, 그가 왔다. 그것도 내가 사랑할 준비가 된 때에, 하필이면 감성 넘치는 프랑스 파리로. 역시 사랑은 타이밍이다.



그와의 관계에서 다행이었던 것은, 내가 혼자서 너무도 즐겁게 잘 '자립해 있을 때' 만난 인연이라는 점이다. 즉, 외로워서 만나게 되어 사랑한 관계가 아니라, 내가 혼자서 너무 충만할 때 밝게 웃고 매일매일이 가슴 터질 듯한 행복에 차 있을 때, 그 행복을 나누기 위한 상대로 만났다는 점이다.


보통은 너무나 외롭고 혼자 있지 못해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한다. 하지만 그 끝은 언제나 그렇듯 너무도 좋지 않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사랑이며, 무언가를 끊임없이 '바라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를 나의 결핍을 채워줄 상대 정도로 여기며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착취'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혼자 잘 있을 수 있을 때 만나서 사랑하는 상대와 가장 오래간다고들 한다.


그래서 내가 결혼까지 했는가 보다.

아무튼, 그는 나를 찾아 지구 반바퀴를 돌아 4박 5일을 보내러 왔다.


제일 먼저 갔던 곳은 몽마르트르 언덕. 해가 지는 밤, 이제 막 도착한 그와 함께 몽마르트르로 가는 골목을 거닐었다.


루브르 박물관을 같이 거닐고


바스티유 광장에서 서로의 모습을 담아주고


함께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고.


함께하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내가 돌아갈 집과 한국에 '보고 싶은 사람'이 생기게 되면서 처음으로 여행을 끝내고 돌아갔을 때의 내 삶을 상상하고 꿈꾸고 기대하게 되었다.


서로 사랑하고 보살필 상대가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고, 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미래가 궁금해지면서 살고 싶어 졌다는 데 있었다.

울면서 죽을 것 같아 유럽으로 떠나왔던 여행 시작 즈음이었던 3개월 전과는 달리, 지금은 밝게 웃고,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발랄한 모습을 되찾아 '사랑'을 시작했다.


그리고 죽음이 아닌,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산티아고 길 한 달이 넘게 남아있었지만, 내 마음은 벌써 한국에 돌아간 후 펼쳐질 내 삶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퇴사여행기

#유럽여행기

#프랑스여행기

#여행중만난사랑

#퇴사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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