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남들은 대학교 가느라고 내신에 수능에 정신없게 공부하던 시절, 나는 프랑스어 전국 대회를 준비했다. 그 중요한 시절, 수학 공부도 안 하고 영어 공부도 안 하고 말 그대로 하루 종~일 프랑스어에만 매달렸었다. 그리고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을 통과하면서 욕심이 점점 생겨서 전국 대회에서 수상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국 외국어대와 교육부 주최 전국 프랑스어 경시대회에서 국내파 부문 무려
은상을 거머쥐었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전국 2등을 했다.
기억하건대, 그 시절 나는 프랑스어에 처음엔 관심도 없었었는데, 왜 그랬을까. 무엇 때문에 그때 그렇게 잠도 안 자고 공부에만 매달렸을까. 시중에 나와있던 프랑스어 문법책이란 문법책은 모조리 싹 다 풀었던 것 같다. 대단한 열정이었다.
그렇게 내게 가장 큰 영광을 안겨주고, 내 가장 소중한 시절의 열정을 쏟아부었던 시절로서의 의미를 갖는 프랑스였다. 지금 별달리 쓸모는 없지만, 내겐 가장 소중한 어떤 상징적인 의미의 '승리' 비슷한 감정을 주는 나라라고나 할까.
물론, 그 후로 대학교는 다른 전공으로 간 데다가 프랑스어는 도통 쓸 데가 없어서 그야말로 까마득한 내 무의식 속으로 가라앉아버렸지만, 이상하게 프랑스어나 프랑스 문화는 묘하게 이끌리는 데가 있었다. 그래서,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리스트에 로마의 콜로세움과 터키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외에도 파리의 에펠탑이 있었다.
드디어, 파리! 루브르!
그리스 로마 신화와 상징에 한참 빠져 있던 나는, 루브르 박물관을 너무나도 고대하고 있었다. 너무 신비롭고 아름다운 조각들과 그림으로 가득한 곳. 내겐 보물창고 같이 느껴졌던 곳, 실제로도 보물창고이긴 하지만.
그런데 실제로 눈앞에 루브르를 놓고 보니, 유리 피라미드보다 감동적으로 다가온 것은, 저 낮은 구름들이었다. 어찌 하늘이 이렇게 낮고 구름들이 변덕스러울까?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가며 변화를 이뤄내는 프랑스 파리의 그때 8월 날씨에 나는 왜 이 도시에서 그리도 많은 예술가들이 배출되었는지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거리의 악사들은 곳곳마다 넘쳐났고, 연주 실력 또한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여러 도시에서 거리 악사는 많이 만나봤지만, 이상하게 파리는 기분 탓일까, 뭔가 좀 더 패셔너블하고 감각적인 느낌이 들었다.
혼자 걷던 오솔길 같은 산책로도 , 드넓은 공원들도
덩굴로 뒤덮인 수도교도 , 멋진 오래된 대 저택도.
드넓은 잔디밭과, 넓은 루브르 앞 호수도.
너무 호젓하고 자유로워 보였다.
길거리에 웨딩촬영을 하는 신랑 신부, 그리고 늙은 부부인지 연인인지 모르는 그들까지.
모두가 로맨틱해 보였다.
혼자 올라간 몽마르트르 언덕에 앉아 파리 시내를 바라보고, 판테온을 찾아가 내부를 구경하고
다시 몽마르트르를 찾아가 어스룩해지는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퐁피두 센터, 노트르담, 공원, 몽마르트르, 루브르 모두 샅샅이 훑어보며 파리 시내를 걷다가 깨달았다.
아, 이제 마음을 열 준비가 되었구나.
누군가를 사랑하고 밝게 웃을 준비가 비로소 되었구나.
외로워서가 아니라, 비로소 '혼자로서 온전해진 내가' 지금 하는 것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그 시기가 왔구나.
그렇게, 내가 프랑스 파리에 나의 사랑과 로맨틱함을 모두 투사해내고 있을 때,
만나는 그 누군가와 이제야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을 때,
내 가슴 가득하게 무언가 충만하고 사랑이 넘쳐흐를 때,
때마침, 그가 왔다.
한국에서 파리로.
나를 보러, 4박 5일을 위해 성수기 8월 티켓을 끊어서 급히.
사랑은 타이밍이라 했던가. 파리가 내 마음을 말랑하게 녹여놓은 바로 그때, 내 마음이 활짝 열려있는 상태로 나는 그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를 남은 인생 사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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