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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의숲 Mar 30. 2024

요가에 대한 오해

(feat. 차투랑가) 

사실 나는 요가를 시작할 때부터 한동안 요가에 대한 어떤 생각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유연한 사람이 잘하는 굉장히 정적인 운동'이라는 것이다. 나는 비교적 유연한 몸을 타고나서 지난 10년간 요가 학원을 간간히 다녀봤다. 동적인 것을 좋아하던 나는, 몸을 늘이는 스트레칭이 주되어 보이는 요가가 잘 되긴 했지만 굉장히 지루했다. 허리가 굉장히 안 좋은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운동도 쉬워보이는 요가뿐이고,  요가가 허리에 굉장히 좋다고 하니  혹 해서 들어갔을 뿐 여전히 나는 몸을 늘리고 다리를 찢는 스트레칭이 허리에 어떻게 좋은지는 이해가 가지 않고 수업 내내 지루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로 집에서밖에 요가를 할 수 없던 날, alo yoga라는 해외 운동 앱 프로그램을 깔고 따라해보려고 시도하고  굉장한 충격을 먹었다. 처음 들어보는 수업에 생각 없이 level 3 , intermidiate 프로그램을 눌렀는데 웬걸, 처음부터 너무 힘들었다. 이상하다? 내가 아는 요가가 이게 맞나? 싶어 계속 따라 하다가 문제의 그 아사나가 나왔다. 차투랑가. 너무 쉬워 보였다. 


그런데 되지가 않았다. 
어라? 다시 한 번 시도해도 도저히 선생님이 설명한 대로 할 수가 없었다. 


 제대로 된 설명을 처음 들어보는 것일뿐더러, 도대체 팔 굽혀 펴기 같으면서도 팔 굽혀 펴기는 아닌 이 자세를 어찌하라는 것인지 , 어떻게 중간에서 허공에 멈추라는 것인지 의아해하며 나는 제대로 흉내도 못 내고 철퍼덕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두 번, 세 번 도전해봐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그 이후  연이어 나오는 그 모든 자세들이 이상하게 생경하고 낯설었다. 내가 이제껏 접해왔던 요가가 아니었고, 이게 가능해 보이는 포즈인가 싶은데 그 자세를 설명하고 있는 화면 속 선생님은 목소리 떨림 하나 없이 굉장히 평온한 표정으로 설명을 계속해 나가는 모습에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그 사건이 나의 요가에 있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큰 계기였다. 

아니, 왜 이렇게 쉬워 보이는 포즈가 안되지?? 적지 않게 당황했다. 


그 수업 내내, 그 요가 선생님은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물구나무서기를 해 내고, 얼굴에 애쓰는 표정 하나 없이 두 발을 가뿐하게 들어 올려 팔 위에 얹어 균형을 취했다. 그저 바닥에 앉아서 스트레칭하는 것을 요가라고 여기던 내게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고, 도대체 이걸 하려면 내 몸에 어떤 것들이 갖춰져야 가능한 것인지를 모른 채 , 그저 기이한 묘기로만 받아들이면서 허리가 아픈 나는 평생 저런 자세는 못하겠다 라며 화면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도 어떤 동경이 있었는지, 아니면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배신당한 느낌에 오기가 생긴 것인지 모르게 계속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따라 할 수 없는 동작들은 그냥 건너뛰면서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을  지나던 어느 날, 그냥 정말 어느 날 스윽, 내가 평생 해도 안될 것 같다고 포기했던 그 자세를 내 몸이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말 나도 모르게 일어난 일이었다. 


이건 뭐지? 어제까지만 해도 안 되던 자세가? 
오늘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갑자기 된다고?  


그랬다. 내 몸은 그날 이후로, 내가 평생 가도 할 수 없을 것 같던 차투랑가를 척척 해내고 있었다. 다른 아사나들도 마찬가지다. 시간 간격을 두고, 하나씩 하나씩 되는 날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이제껏 가지고 있던 요가에 대한 오해를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요가는 '유연함'을 갖춘 재능 있는 몸들이 즐기는 운동이 아니었다. 
요가는 꾸준함으로 인해 나의 몸을 어떠한 단계로 진입하도록 준비시키는 훈련 도구였다. 

그제야, 사람들이 왜 요가를 '수련'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했다. 그리고 그 수련의 과정에서 왜 몸의 수련이 가장 밑바탕이 되는지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심리학에서는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하는 '뇌과학' 영역에서 요가의 마음 챙김 명상과 요가 아사나를 치료 방법으로 접목하는 시도가 있어왔다. 또한, 트라우마가 우리 몸에 남기는 흔적을 연구한 저명한 미국 정신과 의사의 책 <몸은 기억한다>라는 책에서 또한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를 중요하게 언급해 왔다. 심리학을 공부하던 나는, 요가책을 보면서 요가가 고대로부터 내려오던 심리학을 포함한 의학, 철학까지 망라하는 아주 큰 영역의 세계관이라는데 깜짝 놀랐다. 그저 몸매를 예쁘게 하는 스트레칭으로 알고 있었던 나는, 그때부터 요가의 철학에 관해서도 점차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가 수련을 통해 몸의 건강 너머의 것들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의 연결관계, 심리학과 요가의 접점,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개념, 내 몸의 근육들이 가지는 의미들, 그리고 삶의 의미들과 태도, 관점들에 대해서. 


#요가 #요가수련 #심리학 #요가에대한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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