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나를 닮은 공간을 찾아서

by 파랑새의숲


우리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이 다시 우리를 빚어간다.

We shape our buildings,

and thereafter they shape us.

— Winston Churchill, 1943.


편안한 공간이 편안한 몸을 만들고,
편안한 몸이 편안한 마음을 만든다.

그리고 편안한 공간, 편안한 몸, 편안한 마음이 맞물릴 때
사람은 비로소 내 영혼에 필요한 깊은 숨을 들이쉰다.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 알게 됐다.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기준이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많은 사람이 ‘좋다’고 말하는 곳에서
나는 오히려 예민해지고 불편해지는 순간이 많았다.


얼마 전, 새로 개장한 화려한 백화점을 다녀왔다.
너무 많은 사람, 화려한 디자인, 신기한 굿즈들.
그 반짝이는 도시 한가운데서 문득 생각했다.


혹시 나는,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는

그 마음에 휩쓸려 있는 건 아닐까.


사람들이 편리하다 하는 아파트라는 집에서

나는 자유로운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아이 셋,

층간소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

아이들의 발걸음을 감시하고 단속해야 했고

내 집에 가기 위해 타야 하는 엘리베이터가 부담스러웠다.


사람들이 좋다는 곳을 찾아가노라면,

주말 내내 빽빽한 빌딩 숲과 붐비는 거리를 오가고,
좁은 차선과 지하 주차장, 끝없는 줄 서기를 겪으면서
마음 한쪽이 답답해졌다.


그곳에서의 나는 숨을 고르는 대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한껏 참고 있었다.


왜 이렇게 숨이 막힐까.


남들이 좋다 말하는 반짝이는 도시,

교통 편리한 역세권, 가성비 높은 아파트.

다양한 마트, 화려한 상점들, 맛있는 식당들이 즐비한
그곳에 머무는 것이 편안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천천히 둘러보고 곱씹어 보니,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로만 채워져 있었지
정작 내게 꼭 필요한 것들은 거의 없었다.


나를 닮은 공간을 찾아서


내게 필요한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여백.
조금의 한적함, 낮고 평평한 땅과 시원하게 트인 바다.
소박한 마당, 층간 소음 없이 머물 수 있는 집.

날씨를 직접 전해주는 부드러운 공기와 햇살의 감촉.
사람이 많지 않은 산책길.
그렇게 여백을 통해 내 숨을 허락하는 것들이었다.


그 순간 제주에서의 한 달 살기가 떠올랐다.
바다와 오름, 햇살 아래 한가롭게 누운 고양이.
요가 매트를 펼칠 수 있는 아담한 마당,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뛰어놀 수 있는 집.
사람에 치이지 않고도 걸을 수 있는 길,
나만을 위해 열려 있는 듯한 드넓은 푸른 공간.


물론 그런 공간에도 많은 단점과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곳의 나는

훨씬 더 편안했다는 사실이었다.

호흡은 좀 더 부드러웠고, 내 몸이 편안했으며

그로 인해 나 또한 보다 너그러워졌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 숨이 자연스러워지는 삶을 향해 한 걸음 옮겨가기로.


‘남들이 좋다는 기준’이 아니라,
'내 호흡이 편안해지는 공간’을 찾아서.


내가 살아 숨 쉬는 방식이 고스란히 담긴 집에서,
조금 더 나다운 방식으로 채우며 살기 위해.


그렇게 비규격의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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