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시댁에 다녀왔다. 시어머니께서 호링이는 안 왔냐고 물어보기에 남편이 대답했다.
「호링이가 어떻게 와요. 고등학교 2학년이라 한창 바쁜데요」
「아무리 바빠도 점심은 먹어야 하잖아」
손주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했는데 아쉽다는 어머니께 이번엔 내가 말했다.
「식사는 1시간이지만, 오는데 3시간, 가는데 3시간 하면 온종일 걸리는걸요」
「나 보다도 아버님(호링이의 할아버지) 때문에 그러지. 보고 싶다고 자꾸 전화하시거든」
얼마 전, 호링이를 둘러싸고 작은 사건이 있었다. 밤 11시간 넘은 시간에 집 전화가 울려서 받아보니 시어머니였다.
「방금 호링이가 할아버지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어. 근데 걔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웅성웅성하는 소리만 들려.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니니?」
「실수로 전화기가 눌렸나 본데요. 학교에 있는 애가 무슨 일이 있겠어요?」
「어디서 위험에 처했거나 그럴 수도 있잖아. 한번 알아봐」
‘위험’이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즉시 호링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그 사이 남편은 기숙사에 연락했다. 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사감실에 전화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잠시 후 호링이의 전화를 받았다.
「사감샘이 방송으로 절 찾으셔서 방금 갔다 왔어요. 집에 전화해 보라는데 무슨 일 있어요?」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다 지웠다 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했던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않고 질문부터 했다.
「호링아, 너 어디야?」
「기숙사요」
「기숙사 어디?」
「1층이요. 친구들이랑 프로젝트하고 있어요」
「네가 방금 할아버지한테 전화 걸었다는데? 근데 네 목소리는 없고, 주변 소음만 들린다고 할머니가 걱정돼서 연락을 주셨어. 잘못 걸은 거지?」
「그래요? 핸드폰이 눌렸나 봐요. 죄송해요」
「전화기를 잘 챙겼어야지. 이 시간에 조부모님한테 연락하면 얼마나 놀라시겠어」
「그게, 오늘 할아버지가 저한테 전화를 여덟 번이나 하셨어요. 세 번은 받았는데 나머지는 받지 않았어요. 자꾸 뭘 물어보시는데, 제가 아는 내용도 아니었어요」
할아버지랑 통화한 기록이 많아서 그 번호가 눌렸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갔다.
「할아버지야 깜박하실 때가 있으니 그렇다고 치고, 엄마가 저한테 어디 있냐고 한 건 기분이 좋지 않네요. 제가 이 시간에 기숙사에 있지 어디 있겠어요? 다른 데 있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말하시니까 불쾌했어요」
아들이 학교의 규칙을 따라 기숙사에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 연락이 닿지 않으면 바쁜 일 끝나고 전화하겠지 하고 기다려주는 것은 내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밤중에 이런 일을 겪으니 그 짧은 순간에 온갖 위험한 상상을 하게 되고, 시어머니에게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이 더해져 침착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나는 아들에게 사과한 후, 시어머니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연락을 취했다. 한밤중 전화벨이 울리면 좋은 일이 없더라는 누군가의 말을 떠올리며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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