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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살이 Sep 16. 2023

나의 스승님을 찾아서 (2)

원래 다니던 절을 떠나게 된 후 나는 나의 새로운 스승님이 되어주실 분을 찾아 나섰다 내가 원하는 스승님의 조건은 이러했다


첫째. 부처님을 신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 나와 종교관이 비슷해야 한다(불교를 기복신앙이 아니라 개인의 깨달음과 해탈에 초점을 두고 수행하는 자)

둘째. 마음수행을 하시는 분 / 불법을 공부하신 분

셋째. 나보다 깨달음의 정도가 높아야 한다


그래서 '마음수련을 하신 스님들이라면 내가 원하는 스승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엄마와 함께 주변에 있는 절들에 찾아갔다 그렇게 운 좋게 몇 분의 스님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내가 원하는 스승님을 만나지는 못했다 스님들은 좋은 분이셨다 하지만 나와 종교관이 맞지 않았다 스님들은 부처님을 신으로 바라보고 계셨다 자신의 깨달음과 해탈에 초점을 맞추고 수행하시는 분들이 아니라 기복신앙으로 불교를 대하고 계셨다 기도와 염불수행을 불법보다 중요시 여기는 것 같았다 내가 추구하는 것과는 달랐다 아쉽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스승님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스승님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혼자서 마음수행을 해나갔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낸던 것 같다


혼자서 불법(마음수행)을 공부하면서 궁금한 것들이 생기곤 했는데 그것들에 대해서 여쭤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주변에 어른분들은 많았지만 마음수행을 하시는 분(깨달음을 얻으신 분)은 만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터넷에서는 나처럼 마음수행을 하시는 분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분들이 쓰신 글들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면서 수행을 해나갔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래도 혼자서 공부하니까 의지도 약해지고 힘들 때마다 상담을 할 사람도 없다 보니 잘해나가다가 계속 무너졌다 나는 한번 무너지면 자포자기 상태가 되곤 했다 매일 하던 운동도 하지 않고 계속 잘 지키던 건강한 식단도 하지 않고 오히려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배가 터질 때까지 입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계속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잤다 그렇게 현실도피를 했다  어차피 다시 일어나 봤자 또 무너질 텐데 그냥 다 포기하고 죽고 싶었다 하루가 지나가는지,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고 몸에 안 좋은 음식들을 숨쉬기 힘들 정도로 폭식한 다음 바로 자는 행동을 반복했다 다음날 내가 죽어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면 엄마가 '이렇게 자기 자신을 놓아버리면 안 된다고 너 없으면 엄마는 어떻게 사냐고 다시 일어나서 해보자'라고 말하면서 울면서 나를 붙들고 사정하셨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그냥 죽게 해 줘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나한테 고통이야 이제 그만 편해지고 싶어 "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엄마의 끝없는 설득과 사랑에 결국 나는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행위를 10년간 반복해 왔다 일어났다 무너지고 다시 일어났다 또 무너졌다 몇백 번의 일어남과 무너짐을 반복해 온 것 같다


불법을 공부하다 보면 제자들이 부처님께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으면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그것에 대해 상담을 해주시며 깨달음을 주시는 내용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정말 부러웠다 '나도 그런 스승님이 있다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았지만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말하고 난 후 상처받았던 경험이 많았다 부처님을 실제로 만나고 싶었다 ' 부처님이라면 내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해 주고 내가 이 시련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3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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