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21살 , 수행자가 되었습니다)과 내용이 이어집니다
100일 기도를 시작하면서 나는 정말 간절하게 부처님께 기도 드렸다
부처님 제가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제가 건강을 되찾아서 의사가 된다면 평생을 아픈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하면서 살겠습니다 제발 제가 건강해지게 해 주세요
그렇게 매일 절에 가서 108배와 기도를 드린 지 100일이 지났다 정신적으로는 전보다 많이 건강해졌지만 솔직히 말하면 육체적으로는 딱히 변화가 없었다 스님께도 그러한 사실을 말씀드렸는데 그건 내가 아직 기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전생에 지은 업을 소멸해야 내가 현생에서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염불수행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몸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자 나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언뜻 본 부처님의 가르침은 신을 믿는 종교가 아니었다 나는 불법을 통해 정신을 수련하여 먼저 마음을 치유하고 그 마음이 육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서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티비에서 종종 열심히 신께 기도를 드렸더니 병이 치유되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이런 현상도 이와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언뜻 본 부처님의 가르침과 스님께서 하시는 말씀사이에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나는 불법을 스님의 말씀을 통해서만 공부를 해왔다 하지만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 저것이 진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불법인가? '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혼자 불교 관련 책을 읽으면서 불법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느낀 불법과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불법은 뭔가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불교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불교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크게 대승불교와 소승불교로 구분해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승불교는 기복신앙으로 불상 앞에 재물을 바치고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종교이고 부처를 신으로 본다 반면에 소승불교는 초기불교로 부처를 신이 아니라 인간 즉 스승으로 보고 오로지 자신의 깨달음과 해탈에 초점을 맞추고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토속신앙이나 도교 같은 사상과 결합되면서 순수한 대승불교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대승불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비로소 나는 스님과 대화를 하면서 왜 위화감이 들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스님과 나는 불교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사실 누가 옳다 그르다고 할 수 없다 서로 추구하는 관점이 다를 뿐이었다 부처님께서는 불법에도 집착하지 말라고 하셨다 듣는 이로 하여금 깨닫도록 하는 것이 법문이지 그것에 집착하여 견해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결국 나는 계속 다니던 절을 더 이상 찾아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이 시련을 나 혼자서 극복하기에는 너무 가혹했다 내가 이 시련에 무너지지 않고 계속 나아가기 위해서는 약하고 어리석은 나에게 깨달음을 주고 도와줄 수 있는 인생의 스승이 필요했다 물론 참스승이신 부처님이 계시지만 나는 내가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스승님을 원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나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스승님을 찾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