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등불로 삼아 의지하라
계속 무너졌다 이번에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나는 또다시 똑같은 실수를 하고 무너졌다 그래서 스승님께 묻고 싶었다 '스승님이라면 내가 이러한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답을 주시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날도 또다시 넘어진 자신을 자책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는데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스승이고 , 제자가 이런 고충에 대해서 털어놓는다면 나는 무슨 대답을 해줄까?
예전에는 힘들 때마다 주위사람들에게 힘든 사정에 대해서 털어놓으면서 도움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상처받기만 하고 내가 만족할만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나는 항상 누군가가 나에게 해답을 주기를 바라기만 했지 내가 나에게 해답을 준 적은 없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후 내가 상처받고 실망했던 건 상대가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 그렇다면 나는 무슨 대답을 듣기를 원했던 거지? '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나는 스승님을 만나면 묻고 싶었다
" 스승님 저는 항상 무너집니다 이런 제가 너무 한심합니다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들을 보면 자기 통제력이 강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결국에는 자신의 꿈을 이룹니다 하지만 저는 꿈만 크고 제가 제 자신을 잘 통제하지 못하고 계속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넘어집니다 몸상태도 딱히 좋아지지 않고요 이제는 이런 반복도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그냥 다 포기하고 죽고 싶습니다 남들은 꿈같은 거창한 건 생각하지 말고 그냥 건강해져서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삶을 살라고 합니다 그것이 여자의 최상의 행복이라고요 하지만 저는 세상에 태어났으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꿈을 실현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결혼해서 사는 삶은 누군가에게는 꿈이고 행복이겠지만 저는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저를 이해해주지 않습니다 꿈을 이룰 수 없다면 그냥 다 포기하고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제가 이상한 건가요?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만약 나의 제자나 친구가 나에게 이런 고충을 털어놓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 줄까? ''내가 듣기를 원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식으로 나는 내가 스승님의 입장에서 나에게 답변을 해주기 시작했다 내가 내문제로 이 상황을 바라볼 때는 답이 보이지 않았는데 제삼자의 입장에서 떨어져 바라보니까 생각지도 못했던 해답이 떠오르기도 했다 '왜 진작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남들에게 의지해서 답을 구하려고만 했지 내가 나에게 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내가 나에게 답변을 해주기 시작한 이후로 고충을 털어놓고 상처받은 적도 서운했던 적도, 실망했던 적도 없어졌다 한동안 게을리했던 마음수행도 다시 열심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마음수행을 하면 할수록 나는 더욱 훌륭한 스승님을 만나고 더 현명한 답변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부처님께서는 마지막유언으로 ' 남을 의지하여 머물지 말고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아 의지하라'라고 말씀하셨다 '아마 이런 의미에서 하신 말씀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이 고민이나 고충을 털어놓을 때면 친구를 위로해 주고 해답을 주기도 하면서 막상 자신에게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는 눈앞이 까매져서 답도 보이지 않고 휘청거렸던 적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고충을 털어놔도 명확한 해답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상처받았다면 자기가 친구에게 해줬던 것처럼 위로와 해답을 자기 스스로에게 한번 줘보는 게 어떤가? 제삼자의 입장에서 내 상황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상담해 주는 것이다 내가 내문제로 바라봤을 때는 보이지 않던 여러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생각지도 못한 해답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아난다여, 내가 가고 난 후에는
내가 그대들에게 가르치고 천명한 법과 율이
그대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
아난다여
그대들은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신을 의지하여 머물고
남을 의지하여 머물지 말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에 의지하여 머물고
다른 것에 의지하여 머물지 말라
-부처님의 유언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