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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살이 Oct 27. 2023

다시 웃기까지, 1리터의 눈물이 필요했습니다

몸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병원을 다녀도,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없었다 건강해질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했다 누군가 나에게 우리의 신을 믿으면 내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당연히 의심이 들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들의 신에게 간절히 기도를 드리며 돈을 바쳤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죽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워했는지 다른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도 내가 어떤 심정인지 알아주지 못했다 내 마음도 잘 알지 못하면서 쉽게 단정 지어 말하는 사람들의 말에 상처받았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처지에 처해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들이라면, 그들이라면 내가 어떤 심정일지 이해하고 공감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에게도 , 부모님에게도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 어차피 사람은 자기가 직접 겪어보지 않는 이상 상대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나 역시도 내가 아프기 전에는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아프다는 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이 얼마나 가슴앓이를 할지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프기 전에는 아픈 사람들은 몸만 아픈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아파보니 육체적인 고통도 정말 고통스러웠지만 정신적 고통도 만만치 않았다


내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이른 나이에 투병생활을 하는 내 또래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그런 사람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주위의 내 또래 친구들은 다들 건강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보지 않으려고 했다 건강한 그들에 비해 내 처지가 너무 비참하게 느껴지니까 말이다 그러다 우연히 한 책과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정말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내가 투병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이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정말 내가 느꼈던 것과 똑같아서 마치 내가 쓴 것같다라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힘들 때마다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힘든 순간을 버텨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를 구원해 준 책은 바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일 리터의 눈물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일본의 한 소녀가 불치병에 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죽기까지의 일기를 책으로 엮은 투병기이다 '불치병에 걸린 소녀라... 내가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아니던가' 그래서 그런가 이 사람이 쓴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공감 가고 가슴이 아파서 읽으면서 계속 눈물이 나왔다 내 길고 긴 투병생활에 한줄기 빛과 같았던 책이었다 나와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게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저자가 책에서 이런 말을 한다 '이렇게 웃기까지, 1리터의 눈물이 필요했다'라고 나 역시도 그랬다 이렇게 다시 웃기까지 정말 많이 무너지고 눈물을 흘렸다 아마 평생 울양을 그때 다 운 것같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많이 울었다 슬퍼서 ,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내 인생이 비참해서 운 이유도 다양했다 그래서 작가가 어떤 의미로 이 말을 한 건지 가슴깊이 이해가 갔다 내가 투병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유도 이 책 때문이었다 한 소녀가 솔직하게 적어낸 투병일기가 나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었기 때문에 나의 아픔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인터넷에 일기를 써 올리기 시작했다 지금도 내가 계속 글을 쓰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과거를 떠올리는 건 아직도 괴롭지만 나의 아픔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과거로 되돌아가 글을 쓸 것이다 그것이 내가 이번생에 아픈 몸으로 태어나 고통받은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병은 왜 나를 선택한 걸까. 운명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일 리터의 눈물 中-



-'언제까지나 괴로워하고 버티면 내 인생을 찾을 수 있을까? 끝을 모르고 내 몸을 해치는 병마는 죽을 때까지 나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지 않는 것일까?'

-'버티려고 하면 늘 이런 식이다 정신과 육체의 언밸런스가 서로 달라붙어 끝까지 떨어지지 않을 듯한 예감이 든다 이대로 나이를 먹는 게 두렵다'

-'잘 때가 되면 다시 외로워진다 오늘과 똑같은 내일이 다시 온다고 생각하면. 그런 마음으로 사니까 앉아 있어도 앞으로 엎어져 모처럼 해 넣은 이가 부러졌다'

-'살아 있어도 되는 걸까? 내가 없어진다고 해도 이 세상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사랑, 그것에만 의지하고 살아 있는 자신이 얼마나 슬픈 존재인가?'

-'힘내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맹세하겠습니다 꺾이지 않겠다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날씨는 좋겠구나, 변덕스러워도 되니까 변덕스러우면 사람은 살아갈 수 없겠죠'

-'사람은 각각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있다 지난날을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난다 현실이 너무나 잔혹하고 힘들어서 꿈조차 꾸지 않는다 미래를 상상하면 또 다른 눈물이 흐른다'

-'나는 병에 질 것 같다 아니다 질 수 없다 병 따위에! 아무리 기를 써보고 밝은 척해도 , 반듯하게 걷고 있는 선생님, 동생들 , 친구들을 보면 나 자신이 비참해진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모두 건강합니다 슬프게도 이 차이는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히가시 고등학교를 떠납니다 그리고 장애자라는 무거운 짐을 혼자서 짊어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결단을 내리기까지, 1리터의 눈물이 필요했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이 필요하겠지요 멈춰라 내 눈물샘이여! 져서 분하다 아! 분하면 열심히 이겨내면 되잖아 지기만 하면 안 되잖아'

-괜찮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넘어진 후에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봐 파란 하늘이 오늘도 끝없이 펼쳐져 미소 짓고 있잖아 나는 살아 있구나'

                                                                                                           
<일 리터의 눈물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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