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노웨딩 결혼을 결심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생각보다 노웨딩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노웨딩이라는 말이 쓰이고 있는지도 몰랐다. 우리가 생각하는 결혼의 모습은 흔히들 얘기하는 스몰웨딩은 아닌데, 그럼 뭐라고 부르지? 마이크로 웨딩? 아냐 그것조차도 아닌 거 같은데? 그래, 노웨딩이 어울리겠다! 해서 우리끼리 이름 붙인 게 노웨딩이었는데, 막상 검색창에 '노웯'까지만 쳐도 자동검색으로 완성되는 말이었다. 이미 많이들 쓰는 말이었다.
청첩장이 아닌 결혼안내장을 주면서 정말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였다. 또한 그만큼 많이 들었던 말은 '부모님은 어떻게 설득했냐'는 질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 한 구석에 K-웨딩이 아닌 자신만의 결혼식을 소신껏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거다. 현실과의 타협 끝에 그 소망을 이루지 못했을지언정.
어느 누가 노웨딩을 생각하겠어? 이건 오직 우리만의 웨딩로망이야! 라고 생각했던 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알고보면 노웨딩이란 건 한번쯤은 누구나 꿈꿨던 로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복하게도 우리는 우리의 생각대로 우리가 주인공인 우리의 결혼에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의 의지만으로는 우리의 꿈을 이루지 못했을 거다. 우리가 우리 멋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서 우리의 생각을 존중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신 덕분이다. 특히 네 분의 부모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고집센 아들 딸의 유난을 받아주시느라 참으로 마음을 많이 쓰셨을 거다.
세 분의 할머니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세대가 다르기 때문에 손자 손녀의 말을 이해해주시기가 더욱 어려우셨을 텐데, 젊은이들보다 더 열린 마음으로 우리를 보듬어주신 것이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부모님들과 할머니들께 고마운 마음을 갖고있는 만큼, 우리는 동시에 마음의 빚을 느낀다. 부모님들이 친구와 친지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 할머니가 동네사람들 앞에서 손자 손녀를 자랑할 수 있는 자리를 우리가 빼앗았기 때문이다. 남은 평생, 누구보다 더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으로써 우리가 진 부채를 천천히 할부상환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우리는 매일 매일 서로를 향해 얘기한다. 진짜 좋아한다고. 결혼 정말 잘 했다고. 나랑 결혼해줘서 고맙다고. 이렇게 꽁냥꽁냥 하는 게 이제 갓 1년이 넘은 신혼부부라서 그런가 싶다가도, 아닌데, 나 진짜 결혼 잘 했는데,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낼 수 없었을 텐데, 하는 확신 아닌 확신이 들곤 한다.
어떠한 모습으로 결혼하는가는 크게 중요치 않은 것 같다. 누구와 어떠한 시간을 보내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것 같다. 최소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면 그렇다. 6천원 짜리 프로포즈를 하고, 몇 만원짜리 원피스를 입고, 하객은 없지만 사회자와 화환은 있는 요상스런 결혼을 한 우리. 그러나 그 어떤 화려한 웨딩을 한 부부보다 우리는 지금 더 행복하다.
우리처럼 또는 우리와 다른 모습의 요상한 결혼을 꿈꾸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우리의 지난 날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예랑 예신에게 행복한 미래가 있기를!
COOKIE : 못 다 한 이야기
사실 아직 못 다 한 이야기가 많다. 노웨딩, 스몰웨딩, 셀프웨딩을 꿈꾸는 예비부부들이 궁금해할만한 얘기들도 남았다. 비록 이번 브런치북에는 못 담았지만, 브런치 매거진에서 남은 얘기들을 더 풀어보겠다.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