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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장밥 Jul 18. 2024

뜻밖에도 에그타르트 인생맛집

43. KFC 에그타르트

더운 여름 날. 시간은 떴는데 카페는 싫어서 에어컨이나 쐴 요량으로 들어간 햄버거집. KFC.


그러고보니 햄버거집이라면 켄터키 할아버지가 좀 서운해할런지도 모르겠다. 미국 본토에서는 본디 치킨 맛집. 그래서 이름조차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인데.


허나 그 날 주문한 메뉴는 햄버거보다도 더 생뚱맞은 메뉴였다. 메뉴판을 샅샅이 뒤지다가 찾아낸, 여기서 이걸 파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어색한 메뉴. 비싸지도 않고, 배도 안 부르면서, 적당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놈.


에그타르트였다.



평소에 디저트에 그리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유명하다는 에그타르트집은 몇 군데 가봤더랬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도 에그타르트는 가끔 먹었었다.


그러한 과거 경험들을 돌이켜볼 때, 에그타르트는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KFC에서 파는지 존재조차 몰랐던 메뉴. 매장에 들어설 때도 머릿속에 전혀 없었던 메뉴.


그러나 퀄리티는 충분했다. 전문 빵집들의 뺨을 후려칠 정도로 괜찮은 맛이었다.


카스타드 속처럼 부드럽게 씹혀들어가는 타르트 소, 입과 코에 머금어지는 버터향, 겹겹이 바삭거리는 페스츄리, 에어컨 바람 속에서도 따뜻하게 내뿜어대는 온기까지. 어지간한 전문점보다 훨씬 괜찮았다.


아니나 다를까, 몇 년 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음과 같은 제목의 짤이 돌았다.


<의외의 에그타르트 맛집, KFC>


우연히 발견한 나만의 에그타르트 맛집이 만천하에 드러나버린 것이다.



삶은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다. 의외가 없다면, 그 얼마나 단조로운 삶인가.


불행에는 예고가 없다. 하지만 행운도 뜻밖에 온다.


뙤약볕에서 한참을 줄 서서 기다린 맛집에서도 우리는 때로 실망하지만, 끼니나 떼우러 들어간 간판 없는 음식점이 때로는 인생맛집이 되기도 한다.


"아들, 엄마가 신기한 거 말해줄까?"

"뭔데요?"

"돈이 없잖아? 그럼 꼭 돈 벌 일이 생겨."

"그게 신기한 거에요?"

"그럼, 신기하지.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거잖아."

"응? 돈 없는 게 안 좋은 게 아니라요?"

"야잇. 그 상태에서도 살아진다는 거지."


어릴 적, 그래서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나보다. 예견하지 못 했던 풍파에 우리는 아파하지만, 또한 뜻밖에 찾아온 행운에 작은 위안을 얻고 즐거이 살아가니까. 살아갈 힘을 얻으니까.


소소한 삶의 기쁨. 점치지 못했던 소중한 행복.


그렇게 우리는 또 살아가나보다. 이게 인생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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