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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통지 후, 3주간 연락이 없다고요?

동네학원강사 이직면접 여덟 번째

by 김도현

어느 공휴일,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의 상가 앞에서 긴장한 채 서 있었었다.

면접이다.


이번에는 꼭 면접에 합격해서 이 학원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벌써 여덟 번째 이직면접이었고, 아홉 번째 이직면접은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학원이 집에서 10분 거리라는 건 나에게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학원은 퇴근시간이 늦다. 이르면 저녁 6시, 늦으면 밤 12시.

만약 학교 시험을 준비하는 중학생과 고등학생 수업을 맡는다면 보충수업은 당연하다.

보충수업을 하면 퇴근은 고무줄 늘리듯 쭉쭉 늘어나고 늦어진다.

직주근접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특히 늦게 끝나는 직장에 차 없이 다니는 나에게는 생명줄 같은 것.

하지만 도보로 10분 거리에는 영어학원이 약 4곳. 구인공고를 낸 곳은 1곳.

무조건 붙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약 1시간이 걸린 면접은 신기했다.

흔한 시범강의도 없는 인성면접 같은 느낌이었다.

"쉬는 날 뭐하시나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요? 취미가 무엇인가요? 학생을 대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원장인 제가 면접자라고 생각하시고 제게 3가지 질문을 하신다면요? 학생 시험대비 때 어려워 하는 학생은 어떻게 지도하나요?"


여러 질문과 답변이 오가고 거의 면접이 마무리되었을 때였다.

원하는 월급에 맞춰줄 수 있다는 말씀에, 4대 보험을 여쭤보니,

"4대 보험은 안 되요."


월급을 줄여서라도 4대 보험을 원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럼 학원이 부담하는 4대 보험비를 계산해서 내 월급에서 차감한 후 다시 알려주기로 하셨다. 덧붙여,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나에게 물었다.

"4대 보험이 꼭 되어야 해? 퇴직금도 받았으면 좋겠어...?"


남편이 다니는 회사는 묻지 않아도 당연히 4대보험과 퇴직금은 물론 회사식당에 복지포인트, 유류비 등 복지를 지원해준다. 이 때, 내가 4대 보험과 퇴직금을 원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기 때문에, 아직도 면접만 보고 근무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든다.




며칠 뒤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는 문자를 받았다.


일주일이 지났다. 아무런 연락이 없다.

무언가를 준비하면 되는지, 언제부터 일할 수 있는지 문자로 여쭤보았다.

답장이 왔다.


"기다려주세요."


3,4일이 지나고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또 연락을 드렸다.


"계약서 쓰면 연락드리겠습니다."


합격통보를 받은지 2주가 지났다.

언제부터 어떤 조건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아는 게 없다.


면접 합격통보를 받은지 약 3주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이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OO학원 근무계약서입니다. 현재 일하고 계신분과의 조정으로 인해 계약서가 늦어진 점 양해부타드립니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4대 보험으로 월급에서 30만원이 차감되었는데 "초등부장"으로서 30만원을 받아 결국은 원하는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신경써주신게 눈에 보였다. 3주 동안 기다릴 때는 답답했지만 감동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때 예상치 못한 개인 사정으로 몇 달간 일을 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겼다.

또 면접만 경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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