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학원강사 이직면접 아홉 번째
내가 사는 지역에는 교육, 사실은 학부모님들의 교육열과 학원가로 유명한 동네가 있다.
한 달 월급을 달마다 교육비로 내야 하는 영어유치원 네 곳이 모여 있다.
구글에 따르면 학원이 약 400개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저녁 8시쯤이 되면 학원셔틀버스와 학부모님 차량이 갓길에 줄 서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지역에 이사오기 전에는 학원이 많기 때문에 이직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어렵지 않게 학원 강사 구인공고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학원가가 발달될수록 학원강사에 대한 처우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이번에는 학원가의 중심에서 중·고등학생 대상의 입시학원에 면접을 보러 갔다.
고등학교 모의고사와 중등 문법 시범강의 후 원장님은 함께 일하고 싶다고 하셨다.
이제는 연봉과 근무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차례였다.
"혹시 4대 보험이 될까요?"
"저희는 3.3만 해요.
제가 강사생활할 때도 한 번도 4대 보험을 한 적이 없어요.
결혼하셨어요? 그러면 건강보험은 남편분 걸로 올리시면 될텐데?"
"혹시 주차장은 있을까요?"
"주차장은 있는데 저희 학원에 할당된 게 두 대에요.
하나는 제가 쓰고요, 나머지 하나는 다른 선생님들께서 3개월마다 번갈아가며 쓰고 계세요.
시청 주차장 쓰시면 될텐데."
(시청은 꽤나 커서 쥬차장에서 학원 건물까지 걸어서 15분은 걸린다. 그리고 유료 주차장이다.)
취직을 기다리는 부모님과 남편을 더 이상 실망시킬 수 없었고, 원장님은 나름 친절하셨다.
내 마음에 드는 학원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무한다고 말씀드린 후 집으로 가는 길 왠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4대 보험이 된다는 전제하에 희망연봉을 말씀드린 건데 4대 보험이 안 된다면 그 연봉은 더 이상 희망연봉이 아니었다. 문자로 말씀드리니, 월급을 20만원 올려주셨다.
> 월요일 ~ 금요일 낮 3시부터 밤 11시 30분까지 근무.
> 4대 보험은 안 되고, 퇴직금은 지급 가능.
> 월급은 320.
> 학교 시험 때는 주말에도 출근해야 한다. (수당 주심, 안 주시는 곳도 있지만...)
> 그 외에는 이야기할 게 없다 정말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내가 맨 처음 일한 학원 원장님은 면접시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4대 보험으로 하실 건가요, 프리랜서로 하실 건가요? 4대 보험으로 하는 게 더 나아요."
이 말이 이렇게 듣기 어려운 말일줄 몰랐다.
내가 일하고 있다는 것을, 고용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줄 수 있는 보험을 드는 게 이렇게나 힘든 일인 줄 몰랐다. 내가 이 곳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이고, 혹시나 일하다 다치면 우리 쪽에서도 책임이 있으니 보장해주겠다고 듣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줄은 몰랐다. 누구에게는 당연한 게 어떤 이에게는 욕심이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미국 소설 중 하나인 "세일즈맨의 죽음"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사장도 될 수 있는 위대한 사람이라고 아버지는 아들을 추켜세운다. 하지만 어느 날 아들은 지친 기색으로 집에 들어와 이렇게 말한다. 어딜가든 제 주급은 1달러예요. 저는 그런 위대한 사람은 커녕 주급 1달러를 넘어설 수 없는 사람이에요.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닐까. 내 주제를 잘못 알고 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