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학원강사 이직면접 열 번째
이직면접 횟수를 두 손으로 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거리도 포기하자, 월급도 포기하자, 평일만 근무도 포기하자, 그냥 넣을 수 있는 곳에 다 넣어보자.
이런 마음으로 이력서를 넣은 곳에서 연락이 왔다.
학원가로 유명한 동네는 아니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이 학원은 거의 네 개의 관을 가지고 있는 대규모 학원이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개원한지는 5년 안팎, 수강생은 약 900명. 학원계의 대기업이었다.
면접 시작하자마자, 원장님은 내가 마음에 드신다고 했다.
그저 사범대를 나왔기 때문에.
그리고 시작된 면접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어떠세요?"
"네?"
"같이 일하고 싶은데, 어떠세요?"
"보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하게 진행됩니다. 어떠세요?"
"내신대비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하게 진행됩니다. 어떠세요?"
"학생들 과제관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하게 진행됩니다. 어떠세요?"
근무하자고 계속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일단 내가 말을 못하고 있으니 시범강의를 먼저 진행했다.
시범강의가 끝나고 난 후 면접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토요일 근무시간은 괜찮으세요? 연봉은 생각하시는 금액이 있으세요?"
"~정도 받으면 만족할 것 같습니다."
"네, 근데 4대 보험 하시나요?"
"네."
"아... 먼저 4대 보험 하시는지 여쭤보았어야 했는데. 일단 된다고 말씀드렸으니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어떠세요?"
원장님이 제시해주실 건 다 해주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왠지 "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자마자 근무를 같이하자고 하는 게 좋으면서도 얼떨떨했기 때문일까?...
사실, 토요일 근무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공고에 토요일 근무가 적혀 있었기 때문에 일단 괜찮다고 말했던 것이다.
토요일 근무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토요일 근무까지 한다면 월급이 충분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마음...
하지만 이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그저, "어떠세요?" 라는 질문에 "아... 네."라는 대답밖에 하지 못했다.
결국은 생각해보겠다는 대답으로 마무리하고 면접 다음 날 근무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내 마음을 읽으셨는지 평일에만 일하는 초등반도 괜찮다고 먼저 제안해주셨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지금이라도 괜찮다고 말씀드릴 수가 없었다.
분명 학원은 컸다. 원장님도 친절하셨다. 면접 내용에서 이상한 것은 없었다.
다만, 면접 때 솔직하게 내가 원하는 조건을 이야기하는 걸 민망해 한다는 걸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솔직하게 "돈"을 이야기 하고, "조건"을 이야기 하는 게 속물처럼 보일까 부끄러웠다.
하지만 결국은 솔직하게 이야기 하지 못하는 자신이 더 부끄럽다.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좋으면 좋다고 이야기 하시는 원장님이 대단해보였고 내가 원하는 걸 제대로 입밖으로 내지 못하는 내가 한심했다. 이쯤 되니 정말 내가 이직을 목표로 하고 면접을 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겠다고 이력서를 내고 우물쭈물하고 온 내가 한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