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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장소에 왔는데, 취소라고요?

동네학원강사 이직면접 일곱 번째

by 김도현

밤 10시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OO학원입니다. 이력서를 넣어주셔서요. 면접 가능하신가요? 혹시 중등 원하세요, 고등도 원하세요?"


학원으로부터 밤 9시, 10시에 받는 전화는 이상하지 않다. 특히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은 더욱 그렇다. 어느 학원이든 골라서 영업시간을 살펴보면, 주로 낮 12시에서 밤 11시 사이이다. 수업준비와 수업을 마무리 하고 상담전화를 하려 하면 금방 밤이다. 나도 강사로 근무했을 때는 가끔 밤 10시 넘어 학부모님께 상담 전화를 드린 적이 있다. 죄송스럽기도 했지만 본인의 근무로 인해 늦은 시간 상담을 선호하시는 학부모님도 계셨다.


"모레 아침 9시 30분에 뵙는 것 괜찮으세요? 그럼 그 때 뵙겠습니다."




면접 시간 5분 전 학원 앞에 도착했다. 학원은 불이 꺼져 있었다.

면접시간까지 기다렸다. 아침의 상가는 무척이나 조용했다.

지난 번에 연락주신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어, 선생님 오늘 아침에 문자드렸을 때 아무 답장 없으셔서 면접 안 오시는 줄 알았는데?

면접시간이 9시인가, 9시 30분인가, 헷갈려서 오늘 문자를 드렸거든요.

지금 다른 학원에 와 있어서. 지금 가면 한 30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가까운 커피숍에라도 가 있으셔야 하나... 어떻게 하나..."


난처해보이셨다.

괜찮다고, 오시는데 힘드실 것 같으니 저는 돌아가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때 뭐라 말씀드렸으면 좋았을까 싶다. 기다릴테니 천천히 오시라고 말씀을 드렸어야 했을까. 아니면 다음에 다시 시간을 잡아서 면접을 볼 수 있는지 여쭤보았어야 했을까. 신기한 건 이 학원도 약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구인공고를 올려놓고 계신다는 점이다. 원장님의 마음에 드는 선생님이 없는 걸까, 아니면 이 학원에 맞는 강사가 없는 걸까?


전화한지 약 10분 정도 지났을까, 원장님으로부터 사진이 첨부된 문자를 받았다.


"내가 전화번호를 착각했어요. 미안해요."


내 번호와 비슷하지만 순서가 뒤바뀐 전화번호로, 아침 8시에 원장님께서 면접 시간을 물어보는 문자를 보내신 화면의 캡처사진이었다.


먼저 말씀해주신 면접시간을 헷갈리신 것도, 면접시간을 따로 기록해놓지 않으신 것도, 당일에서야 면접시간을 면접자에게 문자로 물어보신 것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고 면접이 취소되었다고 판단하신 것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이해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학원등록 전에 학부모님, 학생, 원장님이 모여 상담하고 레벨테스트를 하는 학원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약속시간에 맞춰 제 때 학원에 방문해주시는 학부모님과 학생은 당연한 게 아니다.

약속시간이 쉽게 미뤄지고 취소되기도 한다. 물론 맞춰서 와주시는 분들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저, 시간약속이라는 게 모두에게 똑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정말 이직할 수 있을까?

또 한 번의 소중한 면접의 기회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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