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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은 매년 똑같다고요?

동네 학원강사의 이직면접 여섯 번째

by 김도현

퇴사 후 2개월이 지나고, 일하던 학원에서 마음이 맞았던 선생님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이직이 처음이다. 이전 학원에서 너무나 만족했지만, "또 좋은 곳을 찾을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마음을 가지고 퇴사했다. 하지만 퇴사 후 7번의 면접을 보면서 점점 불안해지고 지쳐갔다. 나빼고 세상 사람들이 다 알 듯,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전 동료 선생님은 이런 내 불안한 마음을 눈치채셨는지 본인의 경험을 들려주셨다.


선생님, 선생님은 일하게 되면 정말 열심히 오래 일하실 거니까 조금 더 천천히 괜찮은 직장을 알아봐도 괜찮아요. 정말 다양한 학원이 많아요. 제가 이 학원에서 일하기 전에 면접본 곳은 연봉이 매해 똑같더라고요. 그 원장님이, 어차피 여자는 결혼, 임신, 출산을 겪으면서 중간에 쉴 시간도 필요하고 그만두기도 하니, 이 정도 정해진 액수만 받아도 괜찮지 않냐고 하시더라고요. 역량에 상관 없이 정해진 돈을 받으니 안정적이어서 일하시는 분들은 만족하신다고.


이 말씀을 들으니, 내가 본 면접이 떠올랐다. 먼저, 학원은 학교 여름방학, 겨울방학일 때가 아니면 학원선생님을 잘 뽑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학교시험 준비로 바빠서 신규강사의 교육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방학, 겨울방학이 아닌 학기 중에 강사를 구하고 있다면, 강사들이 자주 그만둔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 학원 원장님 면접을 시작하면서 바로 신규강사를 뽑게 된 이유를 알려주셨다.


원장님과 8,9년을 같이 일한, 해외출신 강사분이 이번에 그만두신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 강사 아내분께서 안정적인 직장을 원한다고 해서 이번에 세무사 시험을 보려고 하신다고.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다. 면접에서 학원의 분위기, 직무에 대해 전반적인 이야기가 다 끝나고, 원장님이 내 연봉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이번에 그만두는 사람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하고 월급 250만원을 받았거든? 근데 내가 특별히 선생님한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더라도 250만원으로 해줄게.


엥? 8,9년을 같이 일했는데 월급이 250만원이었다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했는데 월급이 250만원이라고? 학원강사라는 직업이 안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고 이런 대우를 견딜 수 없어서 그만두시는 건 아닐까? 아니면 그냥 나에게 월급 250만원이 좋은 거라 말하기 위해 조금의 거짓을 덧붙이신 건가? 하고 감히 생각했다. 당황스러운 모습이 원장님께도 전달되었나보다. 원장님이 급하게 덧붙이셨다.


250만원에, 4대보험도 해준다~ 퇴직금도 챙겨줘~


학원강사에게는 4대보험이 생색낼 수 있는 일이다. 퇴직금을 받는 일도 감사한 일이다. 학원강사라는 게 뭘까. 3년 반 학원강사로 일하고 퇴사한 후에야 학원강사라는 게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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