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학원강사의 이직면접 다섯 번째
"학원자체제작 자료 제공"
얼핏 보면 독점 자료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구미가 당길 수 있다. 확실히 학교만의 특성이 드러나는 학교시험, 즉 내신의 경우에는 학원자체제작 자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영어학습에 학원자체제작 자료가 좋은가 질문을 받게 된다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것 같다.
학원자체교재를 사용하는 학원에서도, 체인점에서도 일해본 경험이 있다.
임용고사 재수를 하며 일했던 곳은 학원자체교재를 사용했다. "OO수학전문학원"이지만 영어도 함께 가르치는 학원. 풀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은 없다. 일주일에 두 번 화·목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내가 유일한 영어강사였다. 학원자체교재는, 학생들의 학교 교과서 지문과 그 해석이 담긴 인쇄물이었다. (분석도 없고 흔한 기출문제 하나 없었다) 그저 교과서 문장을 끊어서 해석하고 또 해석하도록 했다. 그리고 나는 교과서가 다른 학생들 6명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해석첨삭을 해주었다. 이전 글에서 나왔던 1대1 맞춤형 수업이자, 자체제작교재를 사용하는, 체계 없는... 혼란스러운 수업이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물론 나의 실력도 노력도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예측 가능했던 학생들의 저조한 성적을 보고 나는 도망치듯 다음 시험준비가 시작되기 전에 학원을 그만두었다.
알바생활을 청산하고, 임용고사도 후련하게 놓아주고, 내 자신을 숨기듯 취직하고 3년 반 동안 일한 학원이 바로 체인점이었다. 이 학원이 좋아서인지, 원장님이, 동료선생님들이, 학생들이 좋아서인지, 체인점은 나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체인점은 본사가 있다. 레벨/학년별 정규교재는 본사가 만든다. 심지어 수업에 쓰이는 PPT도 본사에서 제공을 받았다. 좋은 점은, 강사가 기본교재와 자료를 만드는데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기본 자료를 향상시키고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맞춤화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 이미 만들어진 PPT에 다양한 사진과 영상을 첨부하고, 정규교재에 나온 문장들로 복습 인쇄물을 만들어서 수업시간을 알차게 쓰려고 노력했다. 또한 반별로, 강사별로, 진도가 달라져 엉망진창이 되지 않도록 1년을 4분기로 나누어 실라버스를 작성했다. 대학에서 수강신청할 때 볼 수 있는 강의계획서처럼 주마다, 달마다 나가야할 진도가 있고 책을 마쳐야 하는 날이 정해져 있다. 한 마디로 체계를 바탕으로 더 꼼꼼한 체계를 만들 수 있다.
말이 길어졌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체인점 학원이 좋다! 그래서 체인점 학원에 지원하고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을 보러 왔다고 말하니, 원장님은 해외에 계신다고 부원장님실로 안내해주셨다.
초등영어전문체인점으로 원어민 강사도 한국인 강사도 100%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학원이었다. 그래서 부원장님과는 영어면접을 봤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수업의 분위기가 무엇인지, 어떤 유형의 강사인 것 같은지, 학원생활 관련해서 물어보셨다. 그리고는 잠깐 기다리라고 하신 후 부원장실을 나가셨다.
몇 분 뒤, 갑자기 한 남성분이 들어오셨다. 원장님은 해외에 가셨다고 했는데 그럼 이 분은 대체 누구시지?
"편하게 생각해요~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요?"
"혹시 학원의 학생수가 몇 명 정도 되나요?"
"음... 학원이 시기에 따라 학생수가 달라져서 뭐... 봄에는 학기가 시작되니 많아지고 중간에 적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래요."
학원을 총괄하시는 분이 학생 수를 모를 수도 있지...음!
"연봉은 얼마 받고 싶어요?"
일반 회사도 그러려나? 주로 줄 수 있는 금액을 제시하지 않고 강사에게 원하는 연봉을 물어본다. 높으면 높다고 안 된다고 이야기 하고, 내가 이야기한 금액이 낮다고 생각하면
"그 정도는 줄 수 있어요." 라고 이야기한다. 연봉은 눈치싸움이자 자존심 갉아먹기...
"또 질문 없어요?"
"아... 그러면 혹시 수업 후 보충지도가 있을까요? 일일테스트 이후에 재시험을 제가 감독해야 하는 일이 있을까요?"
"아마 칼퇴할 수 있을 거에요. 혹시 또 다른 질문 없어요?"
"음... 혹시 상담 업무도 있을까요?"
"내가 질문을 편하게 하라고 해서 너무 질문을 하려고 쥐어짜지 않아도 되요. 묻고 싶은 게 없으면 그만 물어봐도 되요."
내가 억지로 질문을 쥐어짜는 것처럼 보였나보다. 그건 아니었는데. 아니면 내가 지나치게 많이 질문했나보다. 갑자기 면접이 마무리되며 결과는 연락을 주겠다고 하셨다. 결국은 아무 연락을 받지 못하고 떨어졌다. 나도 적절하지 않은 면접태도로 있었던 것 같다. 실례되는 질문도 했을 수 있고.
그런데 면접을 보던 부원장님이 갑자기 나가고, 누군지도 모르는 분이 예고 없이 들어와서 질문을 하시고, 질문을 하려고 쥐어짜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내가 면접에 붙고도 가지 않은 학원도 있지만, 당연히(?) 내가 떨어져 못 가는 학원도 있다. 신기한 건 두 종류의 학원들 대부분, 열에 못해도 여덟은 내가 면접을 보고 반 년이 넘게 지난 이 시점에도 계속 사람인에 공고가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일 년 내내 공고를 올리고 있는 학원은 어떤 마음일까?
나도 면접을 볼 때 더욱 예의를 차리자. 그리고 본인 소개는 꼭 하고, 상대방이 부담스러울만큼 질문하지는 말자. 하고 이상한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