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학원강사의 이직면접 네 번째
처음부터 이직이 쉬울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세상에...
네 번째 이직면접을 보러 가면서 든 생각이다. 이후에 더 많은 면접을 볼 미래의 나를 몰랐다.
벌써 네 번째라고 할 수도 있고, 아직 네 번째 이직면접이라 할 수도 있다. 이 때쯤 슬슬 눈치가 보였다.
이전 학원을 그만둔지 두 달이 되었을무렵 남편은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어봤다.
"일하기 싫지? 좀 쉬고 싶어?"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해도, 학원에 취직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 일하기 싫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짜증이 확 났다. 그저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학원을 찾고 싶었던 것뿐인데.
나는 마치 예산은 500만원뿐인데, 옵션은 최신식이고 고칠 것 하나 없는 중고차를 사기 위해 중고차시장을 하염없이 돌아보고 있는 건가? 더 좋은 곳에 취직하려면 나의 조건이 좋아야 하는데 내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 건가?
이번에는 별일 없으면 그냥 면접본 곳에 취직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4번째 학원>
1. 근무시간: 오후 2시 ~ 9시 (당연히 수업이 9시에 끝나는 것. 상담/보충지도를 포함하면 퇴근은...)
2. 연 봉: 3,600만원 (4대 보험)
3. 근무내용: 초중등 학생 영어 지도
4. 지원방법: 원장님이 제시하신 교육철학과 관련한 질문 4가지에 대해 답변을 써서 보내기
5. 면접방법: 원장님과 질의응답 -> 부원장님과 시범강의 -> 부원장님과 영어 면접 (약 1시간 소요)
이 곳은 특이하게 교육철학과 관련한 질문을 제시해주셨다. 대입 자기소개서를 쓰듯 한 질문에 약 500자 답변을 쓴 것 같다. 지원한 후 바로 연락이 왔다. 보통 이렇게 답변을 정성스레 쓰지 않아서 답변만 보더라도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면접을 시작하자마자 본인의 학원경영철학을 말씀해주셨다.
"예전에는 학원 원장과 강사는 갑과 을이라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닌 것 같아요. 파트너로서 함께 해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서로서로 정말 잘 지내고 있기 때문에, 오래 마음을 쓰며 일하실 선생님을 찾고 있어요."
그러다 이전 학원에서 좋았던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셨다. 그래서 난 원장님이 학생도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하셨지만, 같이 함께 일하는 강사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주셨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면접을 보시던 원장님은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음... 그래도 결국은 학원이 운영되려면 학생이 먼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학생이 먼저인 것 같습니다."
두 원장님 다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원장님과 강사 모두 한 마음이 되어 힘을 합쳐 학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학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학원은 비교적 일찍 퇴근하는 편이고 (다른 학원에 비해...) 4대 보험을 해주시고 원장님과 부원장님이 부부이시고 원어민 선생님도 계셨다. 괜찮다는 생각으로 부원장님 앞에서 시범강의를 하러 강의실로 향했다.
이런...
화이트보드가 물건에 가려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부분은 A4용지 4개 정도 크기였다.
마카는 거의 다 썼는지 흐리게 나와 보이지도 않았다.
분명히 화이트보드 지우개일 네모난 검은색 물질은 화이트보드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마카를 지우지도 못하고 마찰력에 의해 바닥으로 튕겨져 나갔다.
마음 속에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강의실 첫인상이란...
여기서 일할 결심을 내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계속 면접을 보고 다녀도 될까, 남편은 뭐라 할까, 가족들은 나를 뭐라 생각할까,
이전 학원 원장님과 선생님들은 잘 지내실까,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