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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돌이 Aug 22. 2022

임신 36주 차 기록

어느새 임신 마지막 달이 되었다. 시간은 정말 어쩜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지.... 34주차부터 출산휴가를 시작해서 회사에 안가고 집에 있게 된지 3주가 되었다. 회사에 안나가니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휴가 첫째, 둘째 주에는 그동안 코로나때문에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느라고 약속이 줄을 이었다. 출산을 하고 나면 또 오랜 기간 만나기 힘들어질 것 같아서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이 때는 지금보다는 확연히 몸이 덜 무거워서 맘껏 돌아다니기에도 참 좋은 시기였다. 


휴직을 하고 나서는 회사를 핑계로 하지 않았던 출산 준비를 슬슬 시작했다. 방 정리도 일부 하고(아직 완벽히 마치지는 못했다...), 아기 손수건, 옷 등 섬유 제품 세탁도 틈틈히 했다. 그렇지만 산후도우미 예약, 출산가방 준비, 구비하지 않은 육아용품 구매(젖병, 젖병소독기, 유모차 등등)는 아직 미적미적 미루고 있는 중이다. 왜 이리 하기 싫은지! 아직 당해보지(?) 않았으니 어떤 물품이 필요한지 와닿지 않고, 써보지 않은 물품의 장단점을 면밀히 비교하여 구매결정을 하고, 어떤 방식(새제품/중고 구매)으로 구매할지 결정하는 등의 과정이 너무 귀찮다. 그리고 중고거래라면 또 검색 및 판매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등 나에게는 너무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골치가 아프다.. 끝끝내 미루다가 임박해서야 하게 될 것 같다. 아직 예정일까지 한달 정도 남았지만, 엄마는 나를 2주 일찍 낳았으니 나도 만일을 대비하여 2주 전까지는 준비를 다 해놓고 싶다!


지난주와 이번주에는 예약한 산후조리원에서 제공하는 산전마사지를 받았다. 마사지사분들께 출산이 얼마나 산모의 몸을 힘들게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자연분만이나 모유수유 등은 모두 상황에 맞게 하려고 한다. 예상하건대 무엇을 계획하든 내가 맘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 같다. 주어진대로 열심히 해야지.


이제는 몸이 정말 무겁다는 느낌이 든다. 앉았다 일어나거나 누웠다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 그리고 날이 많이 더워져서 그런지, 동네 잠깐 산책을 가더라도 금방 지쳐서 밖에서 오래 있을 수가 없고 집에 금방 귀가해서 눕게 된다.... 내게 주어진 이 황금같은 자유 시간을 더 풍부하고 알차게 보내고 싶은데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아직은 바로 누워서 편히 잘 수 있다. 무겁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서 마지막에는 앉아서 자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자는 데 큰 불편함은 없으니 복 받은 일이다!


하루 중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재택근무를 했을 때처럼 약간은 우울함이 올라온다. 그 기저에는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라는 자책이 있는 것 같다. 청소나 빨래 등 집안일을 하거나, 외출을 한 날은 우울함이 덜한데, 피곤해서 주로 누워있었던 날에는 우울감이 한층 더 심해진다. 그냥 혼자 있으면 너무나 지루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이런 감정은 아기가 태어나면 느낄 새도 없겠지^^ 계속 할 일이 쌓여갈 테니까 말이다. 그 때는 또 그 때의 고충으로 우울감을 겪겠지... 산후 우울증이 걱정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호르몬 문제라고 하니 나만 쏙 피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가장 두려운 것은 나의 의지와 통제를 벗어난 상태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주위의 도움을 빌려서 심하지 않게 지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내 출산휴가 시작 즈음하여 강릉에서 은퇴생활을 즐기시던 부모님이 우리집 근처로 이사오셨다. 마침 강릉집 계약 기간이 딱 끝나는 시점이어서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었다. 원래 나는 베이비시터의 도움을 받아서 6개월 후에 복직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 우리의 계획을 들어주시고는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2명이나 있으니 본인들이 도와주면 어떨지 물어봐주셨다. 아마 엄마는 이미 알고있었던 것 같다. 워킹맘이 일하기 위해서는 시터 도움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자신이 겪어본 일이니 아무것도 모르는 나와 남편이 발을 동동구르며 곤란해할 게 눈에 뻔했을 거다.  


내 임신소식을 들으시고 바로 '그럼 우리가 이사가서 도와줄게!'라고 하셨다면 아마 나는 크게 반발했을 것 같다. 은퇴 후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고 계신 노부모님을 고작 나의 출산, 육아로 다시 서울로 불러들여 고된 노동까지 하게 해야한다는 것이 마뜩찮았을 것이다. 그리고 뭐든 혼자 해보려고 하는 나의 독립강박을 건드려서 건방지게 화까지 냈을 수도 있을 것 같다ㅎㅎㅎㅎ. 이런 나를 너무나 잘 아는 부모님이라서 우리에게 선택지를 주는 방식으로 제안해주셔서 나도 천천히 현실을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직은 죄송한 마음이 더크지만,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감사함과 즐거움을 더 느끼면서 지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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