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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C Jan 14. 2023

그날, 그는, '완전히', '발정난', '개'였다.

파면 해임당한 나는 왜 '멋진' 교수인가?


나는 2021년 1월 15일에 파면 처분당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전임 총장과 현 총장에게 모욕적인 표현을 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모욕이란 욕이다. 나는 페이스북에 학교의 비리, 특히 성범죄를 규탄하는 글을 오랫동안 올렸다.

  

사건은 아주 이상하게 불거졌다. 누군가 전임 총장이 기획실장으로 재직시절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방송에 알렸다. 전임 총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다.  

   

처음에 나는 이 사건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전임 총장의 징계 의결서가 누군가에 의하여 공개되었다. 나는 사과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임 총장은 징계 의결서가 허위라고 주장하였다. 목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예배 시간에 교수들을 겁박하였다. 나는 이때부터 화가 났다. 허위를 반박하지 않으면, 교수로서의 직무를 유기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징계 의결서에 따르면, 전임 총장은 기획실장으로 재직 중일 때 미국인 여강사에게 오랫동안 찝쩍거렸다. 당시 여강사는 20대 초반의 미혼이었고, 외국어 강사였고, 선교사로 한국에 왔다. 전임 총장은 40대 중순의 기혼자였고, 정교수였고, 목사였다. 세속적인 관점에서 갑과 을의 관계가 명확했다.

    

전임 총장은 성범죄로 결국 해임 의결되었다. 징계 의결서에 따르면, 전임 총장의 성범죄는 집요하였다. 어느 날은 자신의 연구실로 여강사를 불러 성관계를 갖자고 하였다. 여강사가 거부하자 한 번만이면 된다고 설득하기도 하였다. 여강사는 거부하였고, 자신의 숙소로 갔다. 어두웠다.    

  

전임 총장은 그녀의 집으로 따라갔다. 그녀의 집은 잠겨있지 않았다. 전임 총장은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성관계를 또 요구하였다. 아마, 그날, 그는, ‘완전히’, ‘발정 난’, ‘개’였다. 그가 지속해서 키스하려고 하였지만, 그녀는 끝까지 거부하였다.



                                 [전임 총장의 기획실장 시절 성범죄에 대한 징계의결 요구서]


     


나는 이 장면을 강간미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장면을 강제추행으로 보았다.

     

법원이 이 장면을 강제추행으로 규정한 것은, 전임 총장이 나를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기 때문이다. 서부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열렸다. 법원은 나의 학력이나 경력을 볼 때 강제추행과 강간미수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의 성범죄는 강제추행이 아니라, 강간미수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추행한 것이 아닌, 명확하게 성관계를 목적으로 한 물리력 행사는, 강제추행을 넘어, 강간미수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설령 내가 이 부분, 법률적으로 잘못 판단하였다고 하더라도, 강제추행을 강간미수라고 표현한 것이, 15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할 정도인가에 대해서도, 수긍하기 어렵다.

     

결국 학교는 이와 함께 이것저것 사소한 이유를 붙여 나를 파면하였다. 나는 파면 당시 교수노조 위원장으로 막 한 달의 직무를 수행하는 중이었다. 징계를 총괄하는 현 총장과 나의 관계는 극으로 처해 있었을 때였다.


나는 학교가 나를 징계할 수는 있지만 파면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징계 절차는 교무인사위원회에서 중징계를 요청하면, 이사회에서 징계위원을 꾸리고, 징계위원회에서 최종 징계를 결정하고, 이사장이 이를 승인하고 나에게 통고하여 완성된다.  

    

인사위원회는 여러 사람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모두 교수다. 강제추행을 강간미수로 표현했다고 해서 교수들이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는 것을, 나는 지금도 믿고 싶지 않다. 징계위원회에도 교수가 참석한다. 하지만, 총장에 의하여 구성된 이들은 의결에서 나를 파면하는 데 찬성하였다. 믿고 싶지 않은 것과 달리, ‘현실은 현실’이다. 나는 파면 당하였다.

     

성범죄가 없다는 전임 총장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에게 아무도 강제추행의 죄를 묻지 않았다. 그가 예배 시간을 통하여 교수들을 겁박하면서 그토록 숨기고자 했던 성범죄가 최소한 강제추행이라는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그의 거짓말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당연히, 그에게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이것이 기독교 정신인가?

     

현 총장은 잠깐 나와 관계가 좋을 때, 전임 총장의 성범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거짓말이었다. 성범죄를 저지르고 사죄 대신 교수들을 겁박한 그는, 지금도 여전히 설교하고 있으며, 대학의 이사로 있다.

      

파면은 내가 받을 수 있는 모든 연금을 박탈하는 중징계다. 퇴직금도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 또한 5년간 같은 직종에 취직할 수도 없다. 사실상 다시는 대학교수로 발을 붙일 수 없다. 사회적 매장이고, 살인이다.

     

나는 저항해야 했다.


명예퇴직을 생각하는 중이었더라도, 이렇게 쫓겨날 수는 없었다. 강제추행을 강간미수라고 하면서, 욕 좀 했다고, 쫓겨나는 것이 분했지만, 전임 총장은 단순히 교단의 영향력 있는 목사라는 이유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것을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웠다.

      

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파면 무효 소청을 신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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