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르른도로시 Aug 27. 2023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100년 전 공주 이야기 두번째, '현명한 공주'(1)

 


1. 


  옛날 옛적 아내를 잃고 페르난다라는 이름의 어린 딸을 둔 왕이 살았습니다. 공주는 마음씨가 곱고 아름다웠으나 지나치게 호기심이 많은 탓에 곁에서 시중드는 모든 숙녀들에게 자신이 오며 가며 본 모든 것에 관해 질문하곤 했습니다.      

  

“전하께서는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셔서는 안 됩니다.” 난감해진 숙녀들이 대답하자 페르난다 공주는 작은 머리를 홱 들며 말했습니다.

   

“난 모든 것을 알고 싶어요.”     

 

그녀는 성장함에 따라 많은 스승을 두고 세상의 모든 언어와 과학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늘 배움에 목말랐습니다. “이걸론 충분하지 않아요. 전 더 많이 알고 싶어요.”      





  왕국의 어느 땅 속 깊은 동굴 안에 아주 현명한 마법사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주름이 깊게 패어 검은색에 가까웠고 길고 하얀 수염은 발까지 흘러내렸습니다. 밤낮으로 책을 뒤적이며 공부한 세월은 그를 이 세상 모든 종류의 마법에 통달하게 해 주었죠.       


모두가 잠든 어느 날 밤, 페르난다 공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유히 계단을 내려가서는 살금살금 궁전을 빠져나와 몰래 마법사의 동굴로 갔습니다. 


늙은 마법사는 낮은 의자에 앉아 희미한 초록 등불 아래에서 큼지막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공주가 낮은 문 안으로 허리 숙여 들어오자 그는 눈을 들어 그녀를 보았습니다. 공주는 푸른색과 은빛이 감도는 로브를 걸치고, 길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너는 누구냐, 나에게서 무엇을 원하느냐?”그가 간략히 물었습니다.  


“저는 페르난다 공주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저는 당신의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당신이 아는 모든 걸 가르쳐 주십시오.” 


“왜 그런 것을 원하지?” 마법사가 말했습니다. “모든 걸 안다고 해서 삶이 더 만족스럽거나 행복해지진 않아.” 


“전 지금 행복하지 않아요.” 공주가 지친 듯 한숨을 쉬었습니다. “저를 가르쳐 보세요. 그럼 제가 소질 있는 제자라는 것을 아시게 될 거예요. 사례는 금으로 드릴 거고요.”  


“난 그대의 금을 받지 않을 것이다.” 마법사가 말했습니다. “삼 년간 매일 밤 이 시간에 찾아오도록 해라. 그럼 그대는 내가 아는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날 이후, 공주는 매일 밤 마법사의 동굴로 향했습니다. 사람들은 나날이 발전하는 공주의 모습을 경이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공주님이 얼마나 많이 아시는지! 얼마나 지혜로우신지!”           


 삼 년이 지나자 마법사가 말했습니다. “가라! 더 이상 그대에게 가르칠 것이 없다. 그대는 나보다 더 지혜롭다.” 그러자 공주는 감사 인사를 올리고 아버지의 궁전으로 돌아갔습니다.    







  공주는 매우 현명했습니다. 그녀는 세상 모든 동물들의 언어를 알았습니다. 공주가 부르면 깊은 물속의 물고기가 헤엄쳐 다가왔고, 나뭇가지에 앉아 쉬던 새도 기쁜 마음으로 날아왔습니다. 그녀는 바람이 언제 불어오는지, 바다가 언제 잠잠해지는지 알았습니다. 적들을 돌로 바꿀 줄 알았고, 친구들에게 어마어마한 부를 물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공주는 환히 웃지 못했고, 두 눈은 늘 걱정으로 가득했습니다. 왕은 딸이 아프다고 생각해 의사를 부르려 했으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의사들이 어떻게 저를 돕겠어요, 아버지.” 공주가 말했습니다. “제가 그들보다 더 많이 아는걸요.”


마법사와의 마지막 수업으로부터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밤, 공주는 다시 마법사의 동굴을 찾았습니다. 그는 예전처럼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무엇을 원하느냐?” 마법가 물었습니다. “난 그대에게 내가 아는 모든 걸 알려주었다.”


“스승님께서는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공주가 그의 곁에 무릎을 꿇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 한 가지, 즉, 행복해지는 법에 관해서는 무지합니다.”


공주의 말에 마법사가 아주 슬프게 웃었습니다. “난 그걸 그대에게 가르칠 수 없다. 나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지. 행복해지는 법을 아는, 나보다 더 지혜로운 자를 찾아가 물어보거라.”          


스승이 말을 마치자 공주는 동굴 밖으로 나와 해변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그녀는 바다를 향해 튀어나온 바위 위에 앉아 광활한 하늘과 구름 밖으로 나왔다가 사라지는 달의 모습을 밤새도록 올려다보았습니다. 거친 물결이 그녀가 앉은 바위 주변을 세차게 때렸고 쉴 새 없이 바람이 불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단 한 점의 두려움도 일지 않았습니다. 때가 되어 태양이 얼굴을 내밀자 바람이 잦아들고 물결도 잠잠해졌습니다. 그때 종달새 한 마리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하늘로 곧장 날아오르며 가슴이 터질 듯 노래했습니다. 순수한 기쁨이 깃든 맑은 음성이 공주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현명한 공주'는 이 세상 모든 지식을 다 알지만 단 하나 '행복해지는 법'을 모르는 현명한 페르난다 공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공주는 행복해지는 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만약 공주가 행복해지는 법을 물어본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100년 전 공주 이야기 첫 번째, '꽃의 공주'(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