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감한 그리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존재가 사실 그렇다. 삶의 의지가 사라지는 무력감이 찾아올 때면 가장 먼저 놓아버리는 것들이 일상의 잔잔함이다.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청소하고, 씻고 하는 일련의 행위를 삶의 뒤안길로 방치해버린다. 덧없는 무력감에 지배당해 삶의 의지를 잃어갈 때 다정한 행동, 살가운 말 한마디가 무너져가는 한 개인의 일상을 지탱해주기도 한다.
때론 대중은 관계의 발전에 대해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배울 게 많은 사람이 좋다고, 내가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어야 사람을 얻을 수 있다고. 이 말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은 하지만 이해까지 닿지는 않는다. 배울 게 많은 사람을 곁에 두는 일도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는 다정한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 배움으로는 타인의 아픔을 안아줄 수 없지만, 다정으로는 타인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안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다정을 가지기로 했다. 내가 가지기로 한 다정은 이런 것이다.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 일에 곤란했던 일상을 보내고 위태로운 하루의 끝에서 어떤 누군가를 만난다. 당신은 목멘 소리로 그 사람에게 푸념을 늘어놓던 중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머피의 법칙인가, 하루가 지질맞으면 그 반대로 하늘은 고상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마음과 하늘은 늘 반대로 움직인다. 한숨 반 그리고 위안 반쯤 섞인 말로 당신이 말한다.
“웬일이래, 하늘에 별이 다 보이네.”
어떤 사람은 당신의 그 말에 현실을 대답한다. 저거는 별이 아니라 인공위성일 거라고, 사실 이곳에서는 별이 잘 안 보인다고.
다른 사람은 당신의 그 말에 이상으로 화답한다. 별 반짝이는 게 너무 이쁘다고, 순하게 빛나는 모양이 꼭 너 웃는 모습 같다고.
소중한 사람들의 구겨진 하루의 끝을 곱게 펴주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되어야겠지. 배울 거 없이 쓸데없는 말을 자주 하는 주정뱅이 같겠지만, 술을 먹지 않고선 못 배기는 날이 찾아오게 되면 술 대신 나의 어깨가 있을 수 있도록. 당신의 위태로움을 나에게 편히 기댈 수 있도록. 다정을 안고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