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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시언니 May 29. 2020

그 이상은 "I am not Okay"

따루에게(2)





그때 너희 엄마가 말했어. 



돈이 없어 얼굴에 크림을 바르지 못한다고. 그리고 또 말했어. 돈이 없어 아이들 옷을 사주지 못한다고. 그래, ‘그럼 내가 그것을 사주자’ 하고 생각했어. 산타클로스처럼. 내가 얘기했을 때, 너는 끊임없이 물었어.


“Are you okay?”


나는 괜찮다고 말했어. 아니 사실은 따루야, 부담스러워. 그런데 하고 싶어. 많이는 못 해.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어. 여기 물가를 조금 알게 되었으니까. 계산하고 있었어. 엄마에게는 크림을 사주고, 나머지 다섯 식구에게는 티셔츠 한 장씩 사주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따루가 고심해서 데리고 들어 간 가게에 있는 옷은 티 한 장에도 너희 집 월세가 훨씬 넘는 값이 더구나. 그런 옷을 너는 네 것만 몇 개씩 들고 가더라. 엄마는 막내 옷을 몇 벌 챙기고. 아... 내가 계산을 잘못했네. 이걸 다 하면 내 한 달 여행 경비보다 더 나오겠구나 싶었어. 나는 말했어. 하나씩만 사라.




그 이상은

“I am not okay.”




그렇게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고 옷 가게에서 나와 걷는데 엄마는 화장품 가게 앞을 지나치지 못하더라. 아... 그래, 한 번만... 한 번만 더. 나는 들어가서 얼굴에 바를 적당한 크림을 하나 사자고 했어. 역시 엄마는 월세에 몇 배가 되는 크림을 하나 골랐지. 별수 없이 나는 또 말했어. “I am not okay.” 결국 조금 더 저렴한 걸 고른 엄마는 옆에 있던 바디로션도 사겠다고 했지. 그래, 그럽시다. 오늘은 크리스마스고 나는 불심 가득한 뜨거운 스리랑카의 산타클로스잖아.

너의 집에 가서 닭고기 볶음밥과 커리와 코카콜라로 저녁을 먹었어.



해가 지고 어두운 밤이 되었지.


 이 시간에는 도저히 나를 혼자 보낼 수 없다는 아빠는 헤드 라이터가 들어오지 않는 오토바이에 나를 태웠어. 아빠 앞에는 4살짜리 막내가 탔고 아빠 뒤에는 내가 탔고 내 뒤에는 엄마가 탔어. 그래 그랬어. 그렇게 네다섯 사람이 탄 오토바이는 보기만 했는데 내가 그러고 있네. 세상에, 갑자기 막내가 졸기 시작했어. 내 오른손은 푸처핸섭하여 핸드폰 손전등으로 헤드 라이터를 대신해주고, 내 왼손은 졸고 있는 막내가 떨어지지 않게 움켜쥐고 있었어. 그렇게 30분을 갔어. 그랬어 따루야. 엄마는 뒤에서 계속 춥다고 하더라. 난 식은땀이 나는데.




숙소에 돌아와 잠깐 기다리라고 했어.


그리고는 어제 네가 예쁘다던 내 원피스와 옷가지들, 그리고 추운 엄마가 입을 옷과 화장품을 좀 챙겨 까만 비닐봉지에 담고, 월세에 보태라며 약간의 돈과 함께 주었어. 우리... 오늘이 마지막이잖아.   




그래. 난 그날이 마지막인 줄 알았어.













글/그림 :  두시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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