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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지뉴 Jul 14. 2022

신입변호사,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권모술수 권민우는 진짜 존재하는가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나는 보통 '변호사', '검사', '로스쿨생'이 주인공인 드라마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다지 추천하지도 않는데. 그도 그럴것이 드라마 내에 너무 "틀린" 부분도 많고 실무와는 전혀 동떨어진 정말 그야말로 드라마에 불과한 내용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조금 다르다.


1. 우영우는 실제로 대형로펌에 입사할 수 있을까 

물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드라마적인 요소들이 많이 존재한다. 내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캐릭터 우영우와 같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사람이 대형로펌에 입사할 수 있을지였는데, 내가 대형로펌 관계자는 아니라 딱잘라 말할순 없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일단 학력과 성적이 좋고, 대형로펌의 경우 팀을 짜서 일하기 때문에 의뢰인을 대하는 일은 다른 변호사나 시니어 변호사가 하고 실제 업무와 서면을 작성하는 일을 나누어 맡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형로펌의 경우에는 지인의 소개나 가족관계 등을 고려해 신입변호사를 선발하기도 하기 때문에 나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오히려 소규모 로펌에서는 변호사 한 명이 일당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영우 변호사를 채용하기 어렵다 ㅠㅠ).


2. 우영우, 드라마가 얼마나 실무와 비슷한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실무와 상당히 닮아있다. 신입변호사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가 있는가"인데, 그 이야기는 지난주 에피소드에서 거짓말하는 상대방에 대해 사기로 인한 계약취소를 주장할 수는 있지만 입증할 자료가 없어 실무에서 인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 외에도 변호사의 생활이라든가(아, 우영우의 약간 당황스러운 옷차림만 빼고!), 업무 방법 등은 사실 굉장히 실무와 닮아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수를 얼마나 잘 받았는지 작가가 변호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드라마에 "틀린" 부분이 거의 없다. 그러니까 형사 피고인을 "피고"라고 부르는 어이없는 일이 이 드라마에서는 전혀 없다.



권모술수 권민우는 정말 존재할까?


권모술수 권민우는 정말 존재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이미 대형로펌에 채용된 후, 재계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입변호사 간의 묘한 신경전을 그렸지만, 실제로 이런 신경전은 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서도, 조기컨펌을 위한 로스쿨 실무수습에서도, 변호사시험을 친 후 수습기간 중에도 매우 자주, 빈번하게 발생한다.


먼저, 생각보다 로펌에 채용됐다 하더라도, 그 직업이 아주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회사원의 직급체계와는 전혀 다르다. 실제로 우리는 한 해 동안의 고과를 평가 받고 매 해 연봉협상을 한다. 실제로 5년차, 7년차 정도가 되면 대부분의 로펌에서는 더이상 소속 변호사의 급여를 올려주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당연히 계약은 연장되지 않는다. 그 때부터 변호사들은 각자도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회에서 권모술수 권민우가 시청자들 마음을 다 돌려놨다고 하는데 실제로 꼭 이런 권모술수 권민우 같은 사람들은 어딘가에 꼭 있다. 특히 내가 조기컨펌을 위해 대형로펌 실무수습을 갔을 때 정말 많았다. 같은 기수, 같은 조에 권모술수 권민우가 있으면 정말 피곤하다. 과제를 아주 티나게 늦게 알려주지는 못하지만 실제로 과제를 늦게 전달해주는 경우도 있고, 권민우처럼 같은 팀으로 해야 하는 일인데도 마지막까지 정보나 자료 공유를 안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조기컨펌을 위한 대형로펌 실무수습은 채용을 목적을 하는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냥 애교로는 아침 8시도 안되서 출근하고 집에 안가는 권민우, 지연 혈연 학연 다 동원해서 수습 기간 내내 다른 사람을 소외감 들게 하는 권민우도 있고 정말 권민우의 권모술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는 6개월의 실무 수습 기간을 거쳐야 한다. 대형로펌은 대개 채용을 먼저 하고, 실무수습 기간을 진행하기 때문에 조금 (?)하긴 한데,  실무수습 기간에 여러 명을 채용해 두고(대개 수습변호사 급여는 저렴하기 때문)    명만 정식채용을 하는 로펌에서는  권모술수가  흔하고 빈번하게 일어난다. 자신의 채용이  6개월 동안의 자신의 포먼스에 달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수습기간이 지나서 정식채용이 되지 않아 다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고 하면 " 뭐가 문제여서 정식채용이 안됐지"라는 꼬리표가 붙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변호사가 많아졌다고 하긴 해도 아직 업계는 좁다. 나는 채용비전제 실무수습 중 다른 로펌에 채용되긴 했지만 그렇게 단 2주일을 함께 보낸 실무수습 동기들과 아직도 연락하고 만나며 서로 도움을 받고 지낸다. 반면 대형로펌 실무수습 때 유명했던 몇몇 권모술수 권민우들은 아직도 굉장히 악명이 높다... 아는 사람이 힘이고 권력인, 그리고 이직 때 마다 세평을 받는 이 업계는, 아주 잠깐의 자신의 이익을 위한 권모술수 권민우보다 봄날의 햇살같은 최수연이 오랫동안 기억되고,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더 개업과 이직에 유리하다. 그걸 많은 로스쿨생, 예비 로스쿨생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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