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는 하고 살아야죠
모든 노동은 가치가 있다고 한다. 하물며 청소를 위한 단순한 노동의 경우는 어떤가? 거창한 노동의 가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청소에 필요한 노동으로 얻게 되는 변화는 있다. 그것은 청결한 잠자리와 위생, 그리고 공간 활용에 대한 편의성 등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우리 삶에 어떤 가치를 주는 걸까?
나는 우연히 티브이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고시촌에서 어지럽게 살고 있는 아는 동생을 찾아가 정리를 해주면서 방을 새롭게 꾸며주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방의 변화되는 것을 꺼려하던 동생은 막상 반나절의 노동이 끝난 후에 바뀐 방의 분위기를 보면서 미소를 짓게 된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잠깐이지만 삶의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낸 노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고시촌 방에서 느꼈을 찌들었던 삶의 고뇌와 무거움은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가는 책들과 잡동사니의 무게와 부피처럼 커져갔을 것이다. 하지만 한나절의 노동으로 삶의 먼지와 찌꺼기들이 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 버렸고 정리가 된 공간에서는 삶의 희망이 새롭게 자리 잡았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동생을 위해 해 준 것은 단순히 청소와 인테리어가 아니라 삶의 변화, 그것은 희망을 내포한 긍정적인 가치가 담긴 변화였다. 어느 장소이든 하루를 머물든 현재 머물고 있는 곳에서의 쾌적함과 정리 정돈된 분위기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그것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습관적이든, 의지가 포함되든 간에 노동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노동이 주는 변화는 삶의 변화까지도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노동이 어떻게 가치가 없다 할 수 있을까.
나는 드라마를 보다가 자극을 받아서인지 오랫동안 묵혀있는 침대 구석의 먼지가 떠올랐고 계절이 바뀌어 갈아야 할 침대보가 생각났다. 청소기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 구석구석 먼지를 빨아들이고 침대보를 걷어 세탁기에 돌리기 시작했다. 침대가 깨끗해져 쾌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나의 마음의 먼지도 다 털린 느낌 탓에 내 기분이 더욱 상쾌해졌다. 물론 아직도 집안은 나의 노동을 필요로 하는 공간이 많이 있다.
하지만 오늘의 노동은 여기까지. 삶의 변화도 여기까지. 과한 노동과 갑작스러운 변화는 스트레스를 유발하기에 이쯤에서 마무리짓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