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과 함께 살기 1화
날씨가 너무도 쾌청한 탓에 일이 끝난 후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서 친구에게 커피나 하자고 문자를 했다. 이따가 만나자는 그녀의 응답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하는 수없이 집에 들어왔다. 그런데 어슬렁거리며 내 주위만 힘들게 걷고 있는 니나를 보니 친구와 수다 떨며 커피를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니나는 내 곁에서 16년을 같이 산 코카스패니얼 종의 개다. 이제는 늙어서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얼마 전에는 침대에서 뛰어 내려오다 슬개골이 부러져 절뚝거리며 걷고 있다. 나이가 많아서 수술도 힘든 상황이라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픈 강쥐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내가 집에 왔다고 꼬리를 흔드니 아직 내 곁을 떠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내가 계속 밖에 있었으면 모를까 다시 집에 들어오니 외출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겨서 약속을 취소했다. 니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월에 따라 내 변덕의 지수도 자꾸만 올라가는 탓이리라. 아무튼 나는 식탁 의자 한편에 자리 잡고 독서를 시작했다. 니나는 내 발밑에서 어느새 쌕쌕거리며 잠이 들어 있었다.
손에 든 책은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이다. 예전에 1부인 「유리의 도시」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다시 읽기로 했다. 그런데 2부인 「유령」에서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를 못하고 있다. 2부를 읽고 있으면 어느새 꿈나라로 가니 나의 독서 취향이 변한 건지 잘 모르겠다. 탐정 소설이지만 심리 소설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 현실인지 착각인지 모호한 표현 또한 잠시 한 눈을 팔면 앞의 내용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의 집중도가 떨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아직 2부 중간이고 3부도 많이 남았는데 끝까지 읽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아무튼 오늘은 공원을 산책하기 좋은 날씨이지만, 아울러 독서하기도 딱 좋은 날이기도 하다. 니나의 따스한 체온을 내 발 밑으로 느끼는데, 열린 창문 틈으로 가을의 선선한 공기가 콧등을 스쳐 지나간다. 평화로운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