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 시집 안 간 둘째 딸

by 지집아이

# 안녕하세요. '서른여덟, 노처녀'입니다.


'결혼 안 해?', '만나는 남자 없어?', '눈을 좀 낮춰봐.', '너 아기, 지금 낳아도 노산이다?'

'관심'이란 좋은 말에 둘러싸인 오지랖 넓은 참견.

전 오늘도 이런 무례한 말을 들으며 목젖을 타고 올라오는 쓴맛을 어색한 미소로 욱여넣습니다.

대체 왜, 당사자인 저도 하지 않는 제 걱정을 왜들 그리 해주시는 건지...

친구들은 기본이요. 직장동료도 모자라 사돈의 팔촌, 심지어 이웃 아줌마와 아저씨들까지

모두가 제 앞날을,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제 나이와 결혼, 낳지도 않은 아이를 걱정합니다.

'저기요. 남자나 소개해주고 물어보시죠.'

'결혼하면 집 사주고, 애 낳으면 키워주실 건가요?'

이렇게 확 내지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럴 용기도 뒷일을 수습할 자신도 없습니다.

그러니 그저 이를 악물고 자리를 피할 수밖에요.


그렇습니다.

관심과 참견, 그 어딘가에 놓여 괴롭기만 한 저는 올해 서른여덟, 노처녀입니다.

30대 중반이라 말하자니 민망하고, 후반이라기엔 뭔가 좀 억울한 나이.

똥꼬 치마를 입고 함께 거리를 활보하던 친구들 모두 '엄마'가 된 나이.

어깨동무하고 밤새 술 마시던 머스마들도 아내 눈치 보며 서둘러 귀가하는 가장이 된 나이.

청년에 속하지도, 그렇다고 중년에 속하지도 않는 어중간한 바로 그 나이, 서른여덟입니다.


게다가 노처녀죠.

화라도 내면, '성격이 저러니 결혼 못했지.', '저런 여자를 어떤 남자가 좋다고 하겠어?'

비위를 좀 맞춰주면, '사람 괜찮은데 왜 시집을 못 갔을까?', '뭐 문제 있는 거 아냐?'

오직 결혼에 초점을 맞춰 가십거리가 되고 마는 히스테리 짝꿍, '노처녀'입니다.


그리고 딸만 셋인 딸 부잣집의 둘째이기도 하죠.

언니처럼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해본 적도 없고, 동생처럼 부모님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은 적도 없는 아이.

언니와 싸우면 '왜 언니에게 대드냐.' 혼나고, 동생과 싸우면 '철없이 동생과 싸우냐.' 혼나던 아이.

늘 양보하고 배려한 덕분에 '착한 동생, 착한 언니 그리고 착한 딸'로 불리게 된 아이.


그게 바로 저!

서른여덟, 시집 안 간 둘째 딸입니다.